쉽지는 않다만 아직까지는 싫지도 않다
느린듯 빠르게 지나간 5달. 이제 나는 독일 직장살이 6개월 차에 접어들었으며, 이번달을 마지막으로 수습기간이 끝나게 된다. (사실 수습 과정?은 이미 통과하여 지난 주에 정직원이 됐음을 통보받았다,, 우하하)
아직도 독일 사회 초년생 삐약이고 많은 것에 서툰 기간이지만,
매일매일 새롭게 보이는 뒤셀, 날씨, 독일 문화나 사람들, 그리고 업무와 나를 느끼는 재미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먼저 독일의 날씨는 정말 여름과 겨울이 180도 다르다. 특히 이 어중간한 중북부 유럽은.... 겨울이 정말 끔찍하다. (영국만큼은 아니지만)
눈이 오는 는것도 아니고 10월부터 4월 초까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하늘은 회색이며 해는 4-5시에 지는 날들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이 우울해져간다.
그래서 10월 벌써부터 다들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것이다. (진짜로 벌써 크리스마스마켓 준비하고 독일 전통 크리스마스 빵인 슈톨렌을 팔기 시작한다)
그렇게라도 기다릴 것이 없으면 기나긴 겨울을 버티기 힘들테니까. 그리고 1월부터는 다시 여름을 기다린다.
그러나 4월 말부터 펼쳐진 유럽 여름날씨는 정말 이상적이다. 한국의 봄-초여름 정도의 날씨를 계속 유지하는 듯하다.
5월의 기온은 20도 안팎을 계속 유지하며 최대 25까지 올라가는, 봄-선선한 여름 날씨이였고, 6월은 최대 28도까지 올라갔다가, 7월 막주는 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몇 주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다음 주부터 다시 최고 온도 25-28도 날씨가 돌아올 예정이므로 그 때만 기다리는 중.. 근교에 서핑 가야지
특히 식물 색이 연한 진녹색을 유지하며 그 사이 오랫동안 피어있는 꽃들이 너무 예쁘다. 그리고 뒤셀은 작지만 라인강도 끼고 있어서.. 자전거 타고 라인강변을 달리면 정말 캬 죽여준다.
심지어 해도 9시 반쯤 지기 때문에 퇴근하고도 시간이 넉넉해서 시간이 남는 날들은 석양을 보며 라인강변을 한 바퀴 돌고 오기도 한다. (시간이 남아야 ^^,,)
이제 독일살이 1년이 넘어갔기에 나의 일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매일매일 내가 유럽에 살고 있구나, 여긴 한국이 아니구나, 하는 순간들은 매일 찾아온다.
(사실 아직도 가끔은 여기서의 일상들이 꿈같다.. 좋은 의미도 나쁜 의미도 아닌 그냥 꿈. 그냥 눈 뜨고 깨면 우리집 방에서 일어나서 옆에서는 동생이 자고 있고 엄마가 밥먹으라고 할 것 같다.)
사소하게는 트램을 타고 거리를 구경하는 것이나, 낯선 서양/중동 사람들의 얼굴을 거리에서 계속 보는 것, 그리고 이제는 한국어를 쓸 때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 등등. 많은 것들이 빠르게, 하지만 은밀하게 변해가고 있다.
직장생활은 여러 면에서 불평한다면 배부른 소리일 정도로 80프로 이상 만족 중이지만, 역시나 아쉬운 점들도 많이 있다.
절대 일반화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내가 만난 독일인들은 개인주의가 강하고 유럽사람들 중에서 가장 차가운 편에 속한다. 특히 마음의 장벽이 매우 높은데 그게 너무나 티가 나고 남에게 관심이 정말 없으면서 "listening"은 매우 중요한 가치로 생각해서 또 항상 귀는 열어두어야한다.
한국사람들은 예의상 말이라도 예쁘게 하고 웃기라도 하는데 여기는 그냥 ja(응.) nein(아니.) 등으로 답도 단답식이고 웃긴 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절대 안웃는다. 누군가가 농담을 던지고 자기 혼자 웃겨서 껄껄 웃는데 데 아무도 안 웃는 것도 이상했지만 그걸 민망해하지 않는 그 사람들도 신기했다.
물론 성격 좋은 활발한 사람들은 안그런 사람들도 있다만~ 어디까지나 한국과 비교했을 때 "비율적"으로 이야기 한다는 점을 참고하기 바란다.
업무에 관해서도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매우 직접적으로 말한다.
this page is quite a mess. The provided info is honestly so shit. 혹은 I don't understand it. why did you do like this? 등 매우 다이렉트다. 물론 당사자가 나라면 shit정도까지는 쓰지 않는다 (쓰면 이상한 사람임) 화가 나서 이렇게 말하는게 아니라 그냥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의사소통한다.
근데 더 신기한 것은 그 말들에 개인적인 감정이 담겨짔지 않다는 것이다. 가끔 너무 straightforward한 말들에 상처받아서 혼자 꽁한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리고 남자친구한테(독일인임) 이야기해보니 걍 원래 독일식 말투란다. 그래..
그저 독일사람들이 "차갑다"는 것으로 유명한 것은 알았지만 그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뭐 그냥 감정 내뱉음에 필터링이 많지 않고 효율효율효율을 중시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으로 요약하겠다.
고맙다, 미안하다, 잘했다 등의 말에도 상대적으로 박하므로 칭찬을 받았다면 그대가 매우 잘한 것이라는 의미일 일것이다.
최대 장점은 역시나 상하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벌써 대략 5개 정도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것 같은데 (운나쁘게도 모두 독일어 프로젝트였지만...) 처음에 큰 문화충격을 받았다.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나는 프로젝트 리더에게 피드백을 요청했는데, 첫 프로젝트 피드백이 "더 많은 질문을 하고 더 많은 반박을 하라"는 것이었다. 나 정말 한국에서는 그래도 질문 많이 하는 편인 것 같은데 ^^... 문화차이를 크게 느끼는 순간 중 하나였다. "너가 맡은 부분은 나보다 너가 더 전문가인거야. 그럼 너가 네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면 나한테 반박해야지."라고 말씀하시는데, 와... 좀 충격이었다. 왜냐면 정말, 직급 높으신 분이셨기 때문에, 더더욱 충격이었다. 한국 회사에서는 그냥 윗선이 하는 말은 네넨 깨갱 하고 내 의견은 나 혼자 소중히 간직했을 것 같은데 ... 나보다 훨씬 많은 경험을 가지신 분임에도, 나에게 맡기신 부분 만큼은 너의 의견을 먼저 존중하겠다는 그 분의 태도에 감동한 순간이었다. 또한 엄청난 책임감도 함께 느꼈다.
이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여러 부분에 있어 더 높은 직급이라고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보다는 의견을 꼭 물어보는 분위기이다.
이런 문화는 대부분 장점을 더 많이 유도하는 듯하다. 내 의견이나 질문을 더 많이 펼침으로써 내 사고도 확장되고, 내가 주체적으로 내 부분에 있어서는 전문가가 되어서 틀렸을 때 반박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하기 때문에, 더 많은 책임감과 집중을 요한다.
단점은 그 책임감이 아직 삐약이에게는 무겁다는 거 ^^,, 또한 이런 문화일수록 내 입장을 더욱 명확하게 그리고 재치있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스킬이 나에게는 전반적으로 아직은 부족하다고 느낀다. 나는 일단 나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거나 내가 편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나도 모르게 조금 얼어버리곤 해서, 적절한 리액션을 까먹곤 한다. 또한 "자기PR"이나 "내가 맡은 부분 공유"를 사회 초년생부터 시키는 독일 회사에서, 한국 사람인 나로서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부족하다고 여러 번 느낀다.
독일 뿐 아니라 유럽은 어렸을 때부터 정말 사회생활을 중시하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나 자기 의견 피력하는 방식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이 또한 한국에 굉장히 필요한 교육 혹은 훈련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도 비교나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로 인한 간접적인 압박이나 스트레스가 없다. 여기서는 오히려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서는 조용히 있는 것이 미덕(?)이자 privacy이라 여기는 듯하다. 좀 잘 산다 하는 집안도 티가 별로 나지 않고 찌그러져 있다. 심지어는 "왜 독일 부자들은 찾기 어려운가"라는 주제의 독일 다큐도 보았다. 검소한 특징을 가진 독일인들은 sns에 명품을 올리는 사람을 보면 시선이 곱지 않다. 한국에 있을 때도 sns 대유행이나 fomo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여기에 오고나니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편하게 해주는 문화와 해외살이 뒤에는 또 다른 수많은 단점들도 따라온다. 도저히 끝까지 고수되는 차가운 태도로 인해, 끝까지 친해지지도 않는 동료들도 소수 있기도 하고. 그리고 진짜 유머감각 너무 다르긴 하다. 일단 1. 독일말도 이해가 안가지만 2. 이해가 간다고 해도 그들의 유머가 이해가 안가고 왜 웃는지 모르겠다. 진짜 개노잼이다.
또한 말버릇, 말투 등이 한국사람이라면 좀 스트레스 받을만한 요소이다. 첫 1년을 남자친구랑 말투 문제로 정말 많이 다퉜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나 솔직히 처음엔 그냥 얘가 그런 애인줄 알았다. 근데 회사 들어가고 나니까 알겠더라. (독일사람들이 제너럴하게) 기분파 되게 심하고,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venting 하고 본다. venting이라는 것도 사실 번역이 불가한 것으로 봐서 일종의 서양권 문화라고 생각하는데, 걍 자기 혼자 와아아악 내뱉는 것을 말한다. 누굴 향한게 아니라 지금 짜증이 나고 화가 났으니 그걸 밖으로 배출시키는거다.
회사에서도 가끔 venting하는 사람 (정말 가끔) 보았고, 대게는 참으려고 하다가 새어나오는데 그걸 자주 목격했다 ^^.. 그리고 그들의 컨디션에 따라 바이브가 너무너무 달라서 적응하기가 힘들다 ㅋㅋ 그냥 기분 안좋은 날은 이제 그런가보다~ 하고 있는다. 어차피 다음 날은 밝은 목소리로 웃으며 hi yoobin 할걸 알아서 ^-^
하여튼.. 유빈이의 주절주절 독일 생활/관찰기는 일단 여기까지... 장단점이 극명하게 있는 게 타지생활이기에 언제까지 이 생활을 할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초창기인데 벌써 지칠수는 없지 ^^,,,
아자자자자자자자 윱캔두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