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오후의 비 소식과는 다르게 화창한 날씨가 이어졌다. 그녀는 도착함과 동시에 ‘나 왔어.’ 건조한 짧은 인사말을 건넸다. 그녀의 손에서 그에게 꽃다발이 건네 졌다.
“비싼 거다.”
“......”
“진짜 비싼 거야.”
“......”
낡은 오후, 네시쯤, 특별할 것 없는 나른한 노을. 그녀는 그의 옆에 앉았다.
“나 두고 휙 가버리면 어떡하냐.”
“……”
“영화처럼 마지막 인사는 해야지. 영화에선 죽기 전에 말만 잘하던데.”
“……”
“넌 왜 한마디도 못 해, 왜 눈물만 흘렸어. 어떻게 내 이름 한 번을…”
“……”
터져버린 울음에 그녀는 입을 막았다.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던 마음을 끝내 참지 못하고 뱉어냈던 그날을 원망했다. 그 말 대신 사랑한다는 말을 토해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십삼월, 그녀의 울음과 함께 새어 나온 입김은 노을빛을 가르는 흐린 구름과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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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의 고요함을 깨는 너의 물음 ‘십삼월이 있다면, 그때의 계절은 뭘까?’ 어처구니없는 물음에 나는 성의 없이 대답했다.
“겨울이겠지.”
“좀 더 성의 있게 대답해줄래?”
“너 죽는 날이 십삼월이었으면 좋겠다. 십삼월 같은 건 올 리가 없으니까. 그니까 그만 아파 알겠어?”
“그럼 혹시라도 십삼월이 오면…”
“……”
“울지 말고 바보야. 혹시라도 십삼월이 오면 꽃이나 하나 사다 줘라. 비싼걸로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