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이 먼 여행지가 되는 계절
해마다 5월이면 동네를 벗어나는 일이 없다. 온통 초록빛이 넘실대는 숲과 산을 산책하고 손가락에 붉은물을 들여가며 오디나 앵두를 따 먹는 즐거움을 누리다 보면,
그저 걷기만 해도 아득히 먼 곳으로 여행 온 기분이 들어서 굳이 집을 떠나고 싶지 않아진다.
서울을 떠나 지방 소도시에 정착한 지도 벌써 10년째에 접어들었는데도, 여전히 5월이 되면 처음 이곳에 온 때와 똑같이 설렌다.
“거기서 살면 심심하지 않아?”
“불편하지 않아?”
"언제 서울로 다시 올라올 거야?"
한때는 친구들에게 참 많이 듣던 질문이지만, 그때마다 응 심심하지 않아, 너무 재밌어, 난 여기가 정말 좋아, 같은 대답을 계속해 왔더니 이제는 더 물어보는 사람이 없다. 사람마다 자신이 가장 편안해 하는 장소가 있기 마련일 텐데, 나와 짝꿍에게 그곳은 서울이 아니라 여기다.
사실 5월은 어디에 살고 있든, 어디로 여행을 떠나든 푸르게 빛나는 계절이다. 아마 내가 지금 일본이든 유럽이든 어디로든 떠난다면, 나는 이제껏 해보지 못한 ‘인생 여행’을 했다며 그곳을 칭송하고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 분명하다.
새벽에 일어나 새소리를 들으면서 러닝을 하고, 점심 먹고 봄볕 아래를 걷다 보면 하루 1만보쯤은 훌쩍 넘긴다. 겨우내 웅크리고 지내느라 이곳저곳 붙은 살들과 차츰 이별하다 보면 어느새 장대비가 쏟아지고,
햇볕이 너무 강렬해서 더는 걸어다니기 힘든 여름이 오겠지.
그러니 올해도 매미가 울 때까지 한낮의 동네 여행을 부지런히 떠나보자.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도, 부디 얼마 남지 않은 5월을 맘껏 즐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