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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단 Jul 05. 2024

농촌의 공공교통의 대안-안남면의 사례

안남면민들은 ‘시군자치제'의 허실과 시내버스의 구조적 문제를 간파하고 이를 스스로 해결했다. 금강수계주민지원사업비로 면단위 사업을 논의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나온 제안이 바로 마을 버스였다. 

 안남면민들은 2006년 이장협의회에서 마을단위, 개개 가구별로 흩어져 배분되던 주민지원사업비 일부를 면으로 모아 공동기금으로 쓰자고 결의했고, 이를 논의하기 위한 논의구조로 지역발전위원회란 새로운 기구를 만들었다.이는 후에 사단법인 ‘안남지역공동체'로 진화한다. 작금에 정부차원에서 시작하려는 주민자치회의 성격을 주민들이 앞서 10여 년 전에 만든 것이다.  

 스스로 주민예산을 만들어내고 공론장을 구성한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자치사례라 볼 수 있다. 그 첫번째 사업으로 안남면의 미래계획을 농업, 농촌분야로 나눠 세웠고 이 계획으로 농촌마을종합개발계획으로 제출해 선정되어 40억원 가량의 금액을 지원받았다. 이 사업은 권역단위 사업이지만, 안남면은 시작부터 면 전체로 논의했기 때문에 면 전체 주민들이 혜택을 받는 사업 위주로 구성을 했다. 배바우 도농교류센터가 지어지고, 배바우장터가 다시 열리고, 배바우신문이 월간지로 발행이 이어진 것도 이 사업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주민들의 마음이 모아진 것은 마을순환버스였다. 

 안남면 12개 마을을 계속 순환하는 마을버스를 만들자는 제안은 모두가 동감했다.마을 순환버스 사업은 ‘안남면의 숨은 보물찾기’에서 2007년 11월말부터 1월말까지 주민들에게 아이디어를 접수한 결과 가장 많이 나온 사업이었다. 실제로 안남어머니학교 학생들이 제안한 46건 중 절반이 넘는 26건이 마을 순환버스를 꼽았고,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 이용 어린이 71건의 제안 중 가장 많은 제안으로 꼽힌 것도 마을 순환버스(12건)였다. 안남면의 대표적이 논의구조인 안남면 지역발전위원회는 2008년 1월17일 회의를 열고 2008년 대단위주민지원사업으로 마을순환버스 운영사업을 결정했다. 당시 마을순환버스 운영사업 건을 살펴보면 총 사업비 9천만원으로 25인승 콤비버스를 구입하는 비용으로 5천만원, 차량 도색비용 300만원, 기사인건비 2천만원, 유류비 1천400만원, 차량등록/보험료 100만원, 수리 유지비 200만원 정도를 책정했다. 2008년 1월에 마을순환버스를 운영하기로 결정했지만 실행단계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옥천군과 옥천버스가 '절대 반대'를 했고, 주민지원사업비를 집행하는 금강유역환경청도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옥천버스 측은 안남면에서 마을 버스를 자체적으로 운행할 경우, 안남 가는 시내버스 노선도 끊겠다는 말도 서슴없이 내뱉었다. 농촌버스가 안 그래도 적자인데 별도 마을버스를 만들면 옥천버스에도 타격이 있을 뿐더러 기존 시내버스 체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것이 군과 버스회사측의 입장이었다. 주민들은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군수 면담도 하고 서명운동도 하며 계속 추진하려 했고 방법을 모색했다. 그 중에 하나 절묘한 수로 나온 것이 바로 도서관 셔틀버스였다.  옥천군과 버스회사의 반대가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지혜를 짜내 운송사업법에도 걸리지 않는 도서관 셔틀버스로 전환을 하기로 했다. 옥천군과 옥천버스의 반대를 슬기롭게 비켜간 것이다. 그러면서 2009년 6월1일 운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옥천군에 운영비 지원을 당당히 요구했다. 각 마을 이장들을 중심으로 600여 명 주민서명을 받았다. 6월1일 오전 11시 안남면사무소 앞 주차장에서 고사를 지내고 본격적으로 버스 운영을 시작했다. 

 도서관 순환버스는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82조에 따라 예외규정으로 운행이 가능한 순환버스로 자치단체의 예산지원이 가능했다. 주민들의 계속되는 요구로 2010년부터 예산지원이 순조롭게 됐고 버스기사 인건비와 운영비 등 연 3천만원 가량의 예산이 지원됐다. 

 당초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운행을 했지만, 주5일제가 본격화되면서 현재는 토요일은 운행을 한 하는 실정이다. 오전 8시, 9시, 10시, 11시, 오후 2시, 3시, 4시, 5시, 6시 등 총 9회 운행을 하고 있다. 도서관 순환버스는 안남 주민들의 발이 되었다. 더구나 무상이다. 

 도서관 버스라 돈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한마디로 ‘거짓말같은' 무상버스가 실현된 셈이다. 이는 면소재지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 당장 이 서비스의 혜택을 누린 사람은 사회적 약자였다. 안남초등학교 학생들은 학교 버스를 타지 않고 도서관에 와서 실컷 놀아도 공짜로 마을버스가 집까지 데려다 줬다. 안남어머니학교 학생들도 마을순환버스를 자연스럽게 이용했다. ‘우리버스’라는 느낌을 주며 참 편안하게 이용했다.  

 무상버스를 실행하는 것과 관련해서 ‘퍼주기’,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이동권의 보장이다. 앞서 말했듯이 공공예산으로 지어진 공적서비스를 그나마 동등하게 이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다. 중심에서 멀리 산다고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면 변방에 사는 사람은 차별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공정성과 평등성에 비춰볼 때도 이는 맞지 않다. 들이는 시간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비용만큼은 내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마을순환버스는 환경적 측면 뿐만 아니라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측면, 당연한 이동권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생활권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마을순환버스가 어디어디를 순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려면 정서적 생활권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안남면의 사례는 소중하다. 면 지역에 최소 마을 순환버스의 종점이 되는 마을도서관이 존재하고 도서관 셔틀버스가 마을 순환버스 구실을 할 수 있다면 이는 어렵지 않게 실행될 수 있다. 버스를 타는 사람이 도서관에 가네 마네 그리고 이런 버스에 예산지원을 하네 마네 하는 논쟁은 참으로 불필요하다. 도서관에 가든 안 가든 도서관 버스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충분한 공익성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제안한다. 최소 면지역에는 어디든 안남면 배바우작은도서관 같은 마을도서관이 있어야 하고 그와 함께 무상마을순환버스가 패키지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촌의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군단위 교통체계 점검하고 대안 만들어야


순환버스가 면지역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옥천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는 읍지역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8개면 지역은 면소재지에 작은 도서관을 짓고 도서관 순환버스로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안남면 방식으로 마을 순환버스를 기획한다면 어렵지 않게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다. 인건비와 운영비를 더 지원해 365일 지원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주민들에게 혜택이 되는 공공일자리가 될 것이다. 자본이 이미 철수한 면지역은 오히려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식이 어렵지 않은데 읍은 복잡하다. 택시 때문이다. 2017년 당시 택시 숫자는 159대, 무상순환버스의 실행과 택시 운전사의 생계는 서로 동전의 양면처럼 설계되어 있다. 읍지역은 주거단지와 시가지의 교통체계가 매우 불편하게 노선이 만들어지면서 걸어오기에는 애매하고 택시를 타기에는 비용부담이 있어 아예 자가용을 사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자동차대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무언가 교통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적신호다. 시간을 거슬러 2016년 옥천 가구수는 2만3천가구에 불과했지만, 자동차 등록대수는 가구수를 훨씬 상회하는 2만5천424대였다. 이것의 진폭은 안타깝게도 더 커질 것이다. 인구는 줄어드는 데 차량대수는 늘어난다. 이건 분명 교통체계의 문제가 가장 크다. 시가지와 약간 떨어져 있어 걸어다니기에는 힘들고, 택시차기엔 비용부담이 만만찮은 지역은 구읍과 옥천읍 양수리, 주공아파트가 있는 장야리와 문정리, 군남초 학구인 삼청리, 가풍리, 원각리 등 지역과 군북에 가까운 서정리, 옥각리 등이다. 시가지와 다소 떨어져 있지만, 주거지역이 있는 이 곳을 둥그렇게 원형으로 만들어 무상순환버스가 운영된다면 주민들의 삶의질은 확 높아질 것이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청소년이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삶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오죽하면 중고등학생이 순환버스를 강렬하게 원하겠는가. 또한 밤 10시까지 버스가 다니게 해달라고 요구하겠는가. 나름 시내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면서 있고 싶은데  자주 없고 일찍 끊기는 버스 시간은 청소년들의 삶을 멍울지게 한다. 데려오라고 집에 전화하는 것도 한 두번이지, 가정환경에 따라 함부로 못 할 수 있는 ‘부모찬스'는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순환버스가 밤 늦게까지 다닌다면 도서관, 영화관, 체육센터, 수영장, 생활체육관, 문화원 등 공공인프라 프로그램들을 이용할 수 있고 시가지도 활력이 생겨날 것이다. 사회적 필요는 무엇보다 강렬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택시 기사들의 생계와 맞부딪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데 있다. 택시는 버스 등 대중교통이 채워지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그 빈틈을 메우면서 틈새 시장을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데 사실 무상순환버스가 생기면 택시업계한테는 직격탄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순환버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택시기사들의 반발이 크고, 더구나 무상이라 하면 난리가 날 것이다. 삶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도 허투루 그냥 흘려들을 수가 없다. 그래서 고민이다. 택시는 꾸준히 감차를 하고 있다. 개인택시 감차보상비로 8천300만원, 법인택시 감차보상비로 2천620만원(2017년 당시)을 주면서 감차하고 있지만, 시장이 작다 보니 150여 대의 택시도 먹고 살기 빠듯하다. 그래서 대중교통 정책은 이들의 삶까지 변수로 넣어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 시장에서 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업계를 완전 무시하고 공공성을 이야기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버스가 들어가지 않은 지역에 운용하고 있는 다람쥐택시를 적극 활용하면 어떨까 싶긴 한데 세심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 2015년부터 옥천군에서 시작한 다람쥐택시는 어른 1천300원, 중고생 1천원, 초등학생 650원 등으로 버스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람쥐택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10세대 이상 15명이 마을에 살면서 승강장까지 거리가 1km이상인 지역이어야 한다. 옥천읍 삼청리 상삼, 양수1리, 동이면 용운리 용암동, 천수동, 안내면 인포리 관골, 이원면 윤정리 부르니마을, 대동리, 군서면 오동1리 점촌, 군서면 사정리 사기점, 군북면 용호리, 막지리 장고개 등 모두 24개 마을 주민들이 다람쥐 택시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를 더 확대하면서 택시업계의 공공성을 더 부여하면서 생계대책을 강구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무상순환버스 정책을 세우려면 각 업계와 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끊임없이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면과 읍에서 무상순환버스가 돌아가고 각 읍면을 잇는 버스체계가 확립된다면 교통체계가 그나마 주민삶과 맞물려 돌아가면서 이동권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미 10여년도 훨씬 지난 2007년 12월말 옥천군이 발주한 자체 용역 ‘지방대중교통계획 최종보고회’에서 ‘옥천읍 순환버스 노선 신설안’이 발표되면서 제기됐던 사안이다. 당시에 신용우 부군수는 ‘옥천읍 순환버스 운행은 내년도 버스가 다니지 않는 양수리, 대천리, 마암리, 장야리를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열악한 버스 승강장 개선사업 좀 하자. 바람이 숭숭 들어오고 지붕도 없고 앉는 의자 하나 없이 버스 표지판만 달랑있는 승강장이 제법 있다. 기차 플랫폼도 다 바뀌는데 바람막이 자동문과 온열의자 아니면 냉난방기 하나쯤은 설치해보다. 태양광을 활용한다면 그나마 에너지가 절약되지 않겠는가. 버스 좀 편안하게 기다려 보자. 대중교통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걷기 편한 마을, 자전거 타기 편하도록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발 보행권과 이동권은 필수권리라고 인식하면서 전반적인 정책 전환이 이뤄줘야 한다. 대중교통은 지역을 순환하는 대동맥이자, 실핏줄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그 혜택이 고루 전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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