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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단 Jul 08. 2024

진로를 넘어서 이야기하다

꿈은 직업이 아니다.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라는 말은 이제 유튜브에 가볍게 검색하도 나오는 말이다. 얘기인 즉슨 '직업을 통해 무엇을 할 거냐'는 것을 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정부분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것보다 한단계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직업과 무관하게 어떻게 살거냐'라는 질문이 장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할거냐는 단순 행위의 나열일 수 있지만, 어떻게 살거냐는 말은 살아가는 신념, 가치관, 철학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중고등학교 때 단순 도덕, 윤리를 넘어서 사상과 철학에 대해 배워야 할 필요가 있고 이를 일상에 대입하여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성찰과 통찰이 있어야 한다. 단순 진로가 아니라 삶에 임하는 자세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요즘 자주 듣는 노래이긴 한데 뮤지컬 레드북의 오에스티 중 '나를 말하는 사람'의 노래를 들려주며 가사를 음미해보라고 했다. 핵심 클라이막스 가사가 인상적이다. '내가 나라는 이유로 죄가 되고/내가 나라는 이유로 벌을 받는/ 문제투성이 세상에 하나의 오답으로 남아//내가 나라는 이유로 지워지고/나라는 이유로 사라지는/티없이 맑은 시대에/새까만 얼룩을 남겨/나를 지키는 사람//---누군가에게 이해받지 못해도/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나는 나로써 충분해/괜찮아 이젠' 이 노래를 들려주었다. 가사가 호소력이 있었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 같아 울림이 있었다. 


그런 다음에 거창고등학교 직업 10계명을 같이 이야기해주었다.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을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을 가라, 6 장래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을 바랄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라면 틀림이 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이 직업 10계명은 거창고 3대 전영창(1917-1976) 교장의 철학과 가르침을 그의 아들이자, 4대,6대 교장이었던 정성은 교장과 5대 교장 도재원 선생이 계명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요즘 이렇게 이야기하면 세상 물정 모르고 밥 굶어죽기 딱 십상이다란 말을 들을 것이다. 더구나 학교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학부모들한테 엄청난 항의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세상도 변했고 교육도 변했다. 교육은 사실상 정치 사회시스템의 하부구조이고 이를 비슷하게 재생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지라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여전히 철 모르는 사람으로 공자왈 맹자왈 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힐 지도 모른다. 하지만, 충분히 생각할 거리가 있어 같이 이야기를 했다. 


그런 다음에 국민행복지수를 만든 부탄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코스타리카를 소개해주었다. 부탄은 1인당 국민소득이 2천달러에 불과한 나라지만, 국민의 행복을 최대의 가치로 여긴다. 국민총행복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 국가의 법령 하나까지도 국민의 행복을 성장시킬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검토한다고. 국왕이 스스로 권력을 버리고 입헌 군주제라는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했고,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환경보호, 문화진흥, 좋은 통치를 행복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빈부의 격차가 없고, 노숙인, 고아도 없고, 서로 양보하느라 신호등이 없고, 화학비료도 없고, 첫눈이 오면 공휴일이 되는 나라, 세계에서 가장 외국인이 적은 나라 등 다른 지향을 갖고 사는 나라이다. 매년 관광객수를 커터로 정해서 제한을 하고, 금연국가이며, 군인보다 스님이 많은 국가이다. 의료와 교육은 무료이며, 도축은 불가하고, 국가에 패스트푸드 상점이 없는 나라이다.  외국인은 땅 구입이 불가하고, 산림보호를 위해 등산을 금지하는 나라이다. 

코스타리카는 군대에 이어 동물원도 없앤 나라이다. 2013년 8월 레네 카스트로 코스타리카 환경장관은 국립인 시몬 볼리바르 동물원을 2014년부터 식물공원으로 바꾸고 산타 아나보호센터도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점이 좀 늦쳐줘서 2025년부터 우리가 없는 식물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코스타리카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동물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억류하거나 가둬두지 않을 것입니다. 구조나 보호가 필요한 게 아니라면 말이죠. 앞으로는 동물원이 아닌 식물원에서 다양한 생물들과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서로 교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1949년 이래로 코스타리카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군대를 폐지한 나라이다. 코스타리카 군대 폐지문서는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2017년에 등재되어 있는데 군병력이 없이도 민주주의의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준 사례다. 코스타리카 군대 폐지는 무력충돌 직후에 내려진 결정이었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 이 결정에 따라 코스타리카는 국제법에 따라 분쟁이나 외부 위협을 해결한다는 원칙을 가진 평화를 추구하는 문민정부가 됐다. 무장한 군대를 억압의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불필요한 예산투입으로 빈곤을 조장하는 국가가 많은 시대에 군대의 폐지는 중요한 상징이 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개인의 진로를 넘어서 삶의 자세와 다른 세상을 꿈꾸는 나름의 철학과 사상이 구축되기를 바랐다. 7월5일 청산고 2학년 진로 강의때 이야기 나눈 내용들이다. 그리고 제비뽑기를 하여 서로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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