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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Nov 16. 2023

 고택이 있는 백일홍 마을

자동차 소음 하나 없이 조용한 숲 속에서 자고 일어난 상쾌한 아침, 일찍 일어난 향숙님은 준비해 간 페퍼민트 차를 우려 4개의 머그잔에 만들어 놓는다. 경숙 언니는 위장에 좋은 유산균 음료를 꺼내 놓는다.

아침은 삶은 달걀과 통밀빵에 향숙님이 만들어온 아삭한 당근 라페와 아보카도를 마늘소스를 베이스로 해서  요것 저것 올려 먹는다.

즉석에서 사과를 얇게 썰어 토핑을 추가하기도 하면서 재미스러워 모두가 이것저것 해본다. 누가 제일 예쁘게  만드나 내기라도 하는 듯 열심으로 만들어 먹는 재미에 웃음이 상쾌한 아침 햇살 따라 날아오른다.

누가누가 잘 만드나?

산소카페라 불리는 청송, 차 안에서 바라보이는 시골길은 고요하고 아늑하다.

흘러가는 하늘, 뒤로 달리는 산을 쫓아 창밖으로 둔 시선은 끝 간 데 없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향숙님은 운전하고 정아씨는 목적지를 검색, 네비를 켜준다. 초행길 운전하기 좋도록 해주는 센스쟁이 정아씨. 경숙언니와 난 뒷좌석에 편안히 앉아 차창밖의 풍경에 빠져 있기만 하면 되는 여행, 아무도 뭐라 할 사람도 없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 있다. 그냥 하라는 대로 따라 하면 되는 행복한 여행임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촉촉해지는 시간이다.

통째로 산소카페에 왔는데 한옥이 많아서 어릴 적 고향 마을에 다다른 듯 알록달록 백일홍이 반긴다.

백일홍 마을이렸다.

고택이 있는 조그만 마을에 리빙카페라는 카페가 들어가니 살림집 같은 분위기. 옛 한옥이라서 천정이 나지막하니 머리를 구부려 방으로 들어가야 하는 정겨운 느낌이다. 완전 옛날 집에 살포시 들어가 이 방 저 방을 구경을 해본다. 얼마 만에 이런 집을 구경을 해보나?

어렸을 때 들반들한 장판 바닥이 좋아 이방 저 방으로 돌아다니며 쓰다듬던 기억이 저절로 떠오른다.

어릴 적 집집마다 앞마당에 피어 있던 백일홍이 서양꽃에 밀려나 구경하기 힘든 시절도 있었는데

이곳엔 백일홍들이 집을 지키고 있는 듯하다.

곡이 흐르는 시골의 카페. 한적함과 딱 어울려  우리의 심장은 음률에 맞춰 천천히 나비처럼 하늘거린다. 하얀 천막이 드리워진 뒤꼍의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아 파란 하늘을 바라본다. 먼산을 하염없이 시간이 정지된 듯 바라도 본다.

저 앞의 작은 교회마저 풍경에 젖어들어 예쁘게 다가오는 마을이 우리를 환영하듯 서려있는 골짜기의 안개마저 사랑스럽다.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오랜만에 들어보는 <기다리는 마음>의 가곡에 마음을 빼앗겨서인지  우린 커피 맛보다 가곡에 한껏 취해

"커피맛은 가곡을 들은 값으로 퉁 쳐야겠다."라고 하는 향숙씨의 말에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인*에 유명하다는 백일홍 카페는 분기기 맛집이지 커피 맛집은 아니었던 것이다.

다음 일정으로 떠나는 발길에 날 불러달라는 애절한 목소리가 귓가에 한참을 울린다.

*<기다리는 마음> 작곡  장일남, 작사 김민부.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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