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신영 Dec 01. 2023

소수서원(紹修書院)과 선비촌을 거닐다

 백일홍 마을 카페에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풍기역 근처 청국장 맛집으로 향한다. 향숙 씨가 이미 답사했던 곳이라 기대에 부풀었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청국장 집은 휴무일어어서 다른 맛집을 찾아들어간 곳은 서부 냉면집이었는데 그곳도 휴무일.

 옆에 느낌적으로 한 가문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느껴지는 서부불고기 집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마침 냉면도 있다. 하지만 우린 여행 중 잘 먹어야 한다며 불고기를 주문하고 냉면도 주문해서 한 그릇 나눠 먹기로 한다.

50년씩 되었다는 음식점이어서인지 불고기는 맛이 좋았다. 좋아하는 냉면은 맛이 별로였지만 여행의 기분으로 모든 것이 용서가 된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소수서원(紹修書院)으로 향한다. 영주 하면 부석사를 들려야 하지만 이미 모두들 가본 곳이라 시간 절약도 할 겸 건너뛰기로 한다.

소수서원은 20여 년 전에 잠깐 왔을 때와 달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었다. 서원 입구로 들어서다가 수요일은 문화의 날이라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고 정아 씨가 입장료가 얼마 되지 않는데도 기분 좋게 웃는 모습이 귀엽다. 이 모임의 막내이자 회계인 정아씨만 요금을 내야 해서 더욱 좋아하는 것 같다.

서원은 소나무 숲이 먼저 사람들을 반긴다. 서원을 지었을 때 심었다는 500년 된 아름드리 은행나무 두 그루도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은행나무를 심은 이유는 공자(孔子)가 살구나무 아래서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이유도 있지만 은행나무 열매처럼 많은 인재들을 길러 낸다는 뜻으로 서원마다 은행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서원 안에는 오래된 은행나무가 곳곳에 서 있다.

숙수사지 당간지주, 은행나무

소수서원(紹修書院)최초로 국학의 제도를 본떠 선현을 제사 지내고 유생들을 교육한 서원이었다. 풍기군수 주세붕이 유학자인 안향의 *사묘를 설립한 후 1543년 유생교육을 위한 백운동서원을 설립한 것이 시초이다. 이후 경상도관찰사 안현이 서원의 경제적 기반을 확충하고 운영방책을 보완했다.

이 시기의 서원은 사묘의 부속적인 존재로서 과거공부 위주의 학교로 인식되고 있었다. 퇴계 이황선생은 교학을 진흥하고 사풍을 바로잡기 위해서 서원 보급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 사액과 국가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1550년 '소수서원'이라는 현판을 하사 받았다. 소수서원은 1868년 대원군이 서원을 철폐할 때에도 존속했다. 사적 제55호로 지정되었으며, 보물 제59호 숙수사지당간지주·국보 제111호 회헌영정 등과 141종 563 책의 장서가 남아 있다. 소수서원은 201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다음백과참조>

서원 밖 경렴정(景濂亭)과 500년 된 은행나무,  서원 안 은행나무.      

 가을햇살과 함께 거니는 서원은 우리를 그 옛날로 돌아가도록 이끌었다. 서원으로 들어가는 길 옆에는 당간지주가 기세도 당당하게 사람들을 맞고 있는데 왜 서원 한 옆에 사찰의 위치를 알리는 깃대인 당간지주가 있지? 의문이 들었는데 통일시대에 세워진 '숙수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하며 출토된 각종 유물로 보아 소수서원이 '숙수사' 절터 위에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소수서원의 입구 사주문 우측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정자인 경렴정(景濂亭)이 있고 그 옆엔 500년 된 수령의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으며 뒤로는 소백산맥에서 발원한 죽계(竹溪)(풍기에 있는 하천 이름.)가 소수서원을  휘감아 흐르고 퇴계 이황선생이 손수 흙과 돌을 쌓아 올려 사방을 둘러볼 수 있는 취한대가 있다.

500년 은행나무, 취한대로 가는 징검다리.

소수서원의 '경렴정(景濂亭)'은 다른 서원의 누각들과 다르게 서원 밖에 세워져 있으며 누각이 아닌 정자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한다. 원생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토론했던 정자에는 경렴정이라 쓰인 두 개의 편액과 퇴계 이황선생이 지은 시를 비롯한 여러 현판이 걸려 있다고 하는데 정자의 겉모습만 찍느라 걸려 있는 액자들이 걸려 있는 줄도 몰랐다. 미리 공부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소수서원에는 유생들이 공부하며 지냈던 지락재와 학구재가 있고 안향의 사당인 문성공묘, 생들이 유숙하던 직방재와 일신재, 학문을 가르치고 배우던 '강학당'이 있다. 주자학의 시조 주자, 선구자 안향, 소수서원을 세운 주세붕, 한은 이덕형, 오리 이원익, 미수 허목의 영정이 있는 영정각의 영정은 복제본이며 진품은 소수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서원을 지나 죽계교(竹溪橋)를 건너 우리는 선비촌으로 넘어가 옛 선비처럼 한가로이 거닐기로 한다,

죽계교와 죽계천.

선비촌은 옛날 한옥 그대로 관리되면서 예전과 다르게 민박으로 한옥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사로운 햇살 속에 빈 기와집 툇마루에서 가을을 즐기던 길냥이는 낯선 이의 발걸음에 놀랐는지 쓱 한번 쳐다보고는 달아난다. 쉬고 있던 길냥이에게 왠지 미안해서 "미안타 냥이야 어쩌누?" 혼잣말을 해본다.

한옥은 그윽한 채로 우리를 바라보며 서 있고 집집마다 공동 세면장이 옛 건물처럼 세워져 있고 에어컨도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민박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한 것 같다.

나지막한 담장의 탐스런 조롱박이 가을햇살에 반짝이며 누워있다. 다른 박은 무거운 몸을 받쳐주는 받침대 위에 지긋이 기대어 앉아 있다. 담장길을 걷노라니 시공간을 초월하여 옛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느낌이다. 번잡한 대도시에서 한적한 곳으로의 순간 이동된 우리는 걷고 느끼고 바라보며 가을의 풍요로운 오후를 새롭고 충만하게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선비촌에서 다시 서원 쪽으로 돌아오며 잘 가꾸어진 멋진 수련 연못가를 거닐어도 본다. 서원 쪽의 정아 씨는 서원 아래에 있는 내게 포즈를 취하라고 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사진 찍기가 쑥스러우면서도 그래도 찍어주는 벗이 있을 때,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음을 알기에 열심히 이렇게 저렇게 어색하지만 포즈를 취해 본다.

선비촌으로 넘어가기 전 소나무를 친구 삼아 걷는 길 옆엔 죽계별곡을 새긴 바위돌이 세워져 있다.

죽계별곡은 순흥이 본관인 *안축(安軸)이 고향인 죽계(竹溪)를 노래한 *경기체가(景幾體歌), 경기하여가((景幾何如歌)이며 전체 5장으로 되어 있다. 제1장은 의 죽계(竹溪)의 지역적 위치와 경관을, 제2장은 누각, 바위, 정자 위에서 유흥하는 모습을, 제3장은 향교에서 공자(孔子)를 따르는 무리들이 봄에는 경서를 외고 여름에는 현(絃)을 뜯는 모습을, 제4장은 천리 밖에서 그리워하는 모습을, 제5장은 성대(聖代)를 중흥하여 태평을 길이 즐기는 모습을 각각 노래함으로써, 고려 신흥사대부의 의욕에 넘치는 생활감정을 잘 나타낸 노래이다.

(*안축(安軸); 고려말의 충신이며 고향 죽계(竹溪)를 세력기반으로 하여 중앙으로 진출한 신흥유학자(新興儒學者)로 재능과 학문이 뛰어났다고 합니다.)

*경기체가(景幾體歌), 경기하여가((景幾何如歌) '경기(景機) 또는 경(景) 긔 엇더 ㅎ여' ‘경기하여(景幾何如)' 라는 말이 4,6행에 나와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다음백과 참조>

소수박물관 앞의 회헌 안향, 신재 주세붕의 시비

영주 옆에 풍기. 풍기 옆에 영주를 넘나들며 인삼으로 유명한 풍기 인삼 고장에서 인삼을 사야 한다며 정아 씨가 인삼판매장에서 인삼을 산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 쉬면서 한 뿌리씩 먹으라고 손에 쥐어 준다. 제법 굵은 인삼을 쌉싸름한 맛으로 우적우적 씹어 먹고는 한순간에 노곤했던 피로감이 싹 사라지는 느낌을 받으며 힘이 불끈 솟아나 이대로 천하장사가 되는 건 아닐까? 하하하 웃어 본다.

한뿌리씩 먹은 인삼, 내게 포즈를 취해 준 정아씨.

정아씨와 향숙씨가 온천 좋아하는 나와 경숙언니에게 온천을 다녀오라고 한다.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라고 특별히 온천 예약을 해 놓았다고 하니 고마우면서 어찌나 좋은지 모르겠다. 부산에서 살 때는 동래온천, 해운대 온천이 있어 주말마다 다녔던 온천인데 서울에 살면서는 마음먹은 대로 쉽게 온천욕을 할 수가 없어 온천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따끈따끈한 소백산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여기가 천국이 아니고 무엇이랴며 여행의 피로를 마음껏 풀었다.

모두가 이튿날 들를 곳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무거워진 눈꺼풀에 몸을 맡기고 꿈나라로 향했다.


*사진; 박정아, 안신영.

*대문사진; 인터넷('경렴정景濂亭'에 걸려 있는 퇴계선생의 시.)

작가의 이전글 새우랑 표고 넣은 부추전을 들고 친구에게 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