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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Apr 26. 2024

맨발 걷기, 발바닥이 아파도 너무 아프네요!

친구 권유로 맨발 걷기에 동참했다.

오전에 하던 일을 하지 않으니 아침이 여유로워졌다.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일어날 때를 알아 오차 없이 6시면 눈이 떠졌다.

예전 같으면 잠시도 지체할 시간 없이 준비하고 7시까지 출근을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미적거리면 나중이 피곤하다. 아무리 동네라지만  매무새는 야무지게 하고 나가야 나이 들어 추하다는 말을 안 듣는다. 서둘러 준비하고 간단히 시리얼이라도 먹어야 4~5시간을 견딜 수 있다.

그랬는데 그 일이 없으니 침대에서 뒹굴뒹굴 마치 푸바오처럼 앞 구르기는 못하지만 뒹굴거리는데

전화가 울린다. 성수동 친구가

'자기야, 일어났어?'

"있잖아 그날 맨발 걷기 길 봤지, 어제 동네 언니랑 황톳길을 걸었거든 그런데 몸이 가볍더라."

"주 꿀잠을 잤어. 잠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을 해? 가끔 수면제 먹을 때가 있잖아, 역시 맨발 걷기가 몸에 좋은가 봐."

친구와 벚꽃길을 걸을 때 그 동네에 황토로 맨발 걷기 길을 수개월 걸쳐서 만들어 놓았다고 자랑하며 많은 이들이 맨발로 걷는 얘기를 했다.

"우리도 한번 걸어 보자."

"그래, 다음에 하자. 오늘은 아무 준비 없이 왔잖아. 발 씻고 닦을 수건도 없고."

"그러자. 다음에 꼭 하자."

그렇게 약속하고 헤어졌는데 한 번만 했는데도 본인이 하고 나니까 너무 좋다며 황토의 좋은 점을 일설 한다.

언제가 휴무냐. 그날 꼭 와서 맨발 걷기 하자며 약속을 받아낸다.

서로 괜찮은 날은 화요일.

딸과의 시간을 보내고 성수동으로 향했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최악인 줄 알면서도 친구와 약속을 했으니 가야지.

요즘 황톳길 걷기, 모래사장 걷기, 갯벌 걷기가 유행이다. 잘 아는 브런치의 @스티븐 킹 작가님도 몇 년째 꾸준히 하고 있다. 인천에 살고 있는데 그곳에서 가까운 해찬솔 공원, 달빛 공원 등 곳곳에 맨발 걷기 길을 조성해 놓았기 때문에 가까운 아파트 단지 말고도 월미도며 압맛대로 골라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산에만 가도 맨발로 걷는다는데 혹시나 상처 입을 것을 염려해 파상풍 예방 접종까지 했다니 철저하다.

워낙 꼼꼼한 분이라서 발 씻을 물도 집에서부터 들고나간다고 하는데 예전보다 건강도 많이 좋아졌고 티눈도 없어졌다고 한다.

맨발 걷기 열풍이 일어나 맨발 걷기의 좋은 점은 여기저기 올라오지 않는 곳이 없어서 생략하기로.

처음  시작은 조약돌길이다. 맨발로 걸으니 발바닥에 지압이 되어 엄청 아프다.  아파서 엉거주춤한 자세가 된다. 친구는 한두 번 해봤다고 씩씩하게 잘 걷는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걷다가 황톳길에 들어섰다.

흙길은 편할 줄 알았다. 황토의 푹신한 길을 왜 상상 속에 넣고 있었을까? 아니다. 아니야. 흙길도 이렇게 아플 줄 예전에 미처 몰랐다.

보드라운 흙이 아니고 딱딱한 흙 위에 좁쌀만 한 돌들이 콕콕 박혀 발바박은 통곡하기에 이른다.

앞서가는 친구는

"처음엔 다그래. 나도 그랬어. 자꾸 하면 안 아파하고 나면 몸도 가볍고 잠도 잘 오고 좋아."

'나는 잘 잔다고요. 노동하다 한밤중에 들어와 씻고 나면 눈이 절로 감겨 책 한 페이지 읽기는커녕 아무것도 못하고 잔다고요.' 속으로 웅얼웅얼 대며 따라가기 바쁜데 친구는 벌서 저만치 가고 있다.

친구가 적극 권하기도 하고 어쨌거나 몸에 좋다고 하니 콕콕 찌르는 통증을 견디며 갔던 길 되돌아와 조약돌 코스를 지나 황톳길 완주를 하고 나니 발 씻는 수돗가가 친절하게 대기하고 있다.

시원하게  발가락 사이까지 구비되어 있는 솔로 흙을 털어내고 발을 씻고 나니 기분은 가벼웠다.

"좋지? 좋지? 언제 또 올 수 있어?"

"응, 좋은데 날짜가 맞아야지. 자긴  매일 해.  집 근처에 있으니 얼마나 좋아?"

"혼자는 하기 싫어."

"그럼 낼 아침에 와서 맨발 걷기 한 후에 점심 먹고 여기서 출근을 하면 되겠다."

"아, 좋다. 그래 그래. 아침 일찍 와아~"

서로 건강하자는 친구의 살뜰한 마음씨에 감동이 된 나는

"맞아, 우리가 건강해야 자식들도 편하지. 조금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건강을 끌어올릴 수 있다니 한번 해보자."

지금 특별히 나이에 비해 특별한 질병 없이 몸을 잘 간수해 왔다고 자부하지만 구랴도 체력을 기르고 더욱 단단해지기 위한 노력은 멈추면 안 되기 때문에 꾸준히 몸을 살펴가며 관리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튿날 아침밥을 해놓고 기다리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부리나케 달려가 또 한 번 맨발 걷기를 신나게 했다는 얘기입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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