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레몬 Jul 28. 2023

미국에서 한국으로 역이민,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네 가족의 한국 정착기


 미국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곧 만 8세가 되는 딸과 막 만 5세가 된 아들, 세 살 터울의 남매와 중학교 초반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한국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남편과 나의 친정이 있는 한국으로 오게 된 것이다. 결혼 후 내내 미국에 살았던 나는 친정엄마가 지병을 앓게 된 후로 늘 마음이 불편했다. 한국도 미국도 아닌 태평양 한가운데 붕 떠서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럴 바엔 한국에 가야겠다 싶어서 결정한 한국행이다. 그런데 막상 가려니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었다. 우리가 미국에 계속 살 줄만 알았기에, 이렇게 한국으로 역이민 할 날이 없을 줄만 알았기에 한국어를 꼭 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과 한국말만 썼다. 기관을 다니거나 학교를 들어가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한국말을 까먹고 영어만 하게 될 터이니 집에서 무조건 한국말만 쓰라는 선배들의 조언 때문에 더 영어는 뒷전이었다. 그런데, 첫째가 다니게 된 기관과 학교에 한국말을 하는 아이들이 꽤 있어서 우리 아이들이 밖에서도 집에서도 모두 한국말을 쓰는 빈도가 더 높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야 좀 영어를 자연스레 더 쓰게 된 시기가 됐는데, 한국에서 살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한국말은 잘 하지만 한글을 전혀 모르기에 한국 학교를 보내면 워낙 선행이 일반적인 한국 아이들 사이에서 적응이 힘들지 않을까 싶었고, 영어도 아직 배워가는 단계이기에 외국인 학교를 보내기로 결정은 했으나, 이 또한 쉽지 않다. 우선 학비가 비싸다. 미국 사립학교들과 비교한다면 중간 정도의 학비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 둘을 보낸다는 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미국 사립학교처럼 파이낸셜에이드나 스콜라쉽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없는 듯하다. 그렇다고 교육의 질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2년 비자로 교사들을 데려와야 하기에 얼마나 비슷한 퀄리티의 교육이 유지될지 알 수 없다. 거기다 학비도 일부는 원화 일부는 달러로 내야 해서 환율에 따라 금액도 매번 달라진다. 직접 다녀봐야 알겠지만 한국의 외국인학교에 대한 만족도도 천차만별이다.

 과연, 내가 잘 선택한 걸까 계속 의구심이 든다. 더 늦기 전에 한국 학교를 보낼까? 이 생각이 미국을 떠나기 전부터 한국에 온 지금까지 계속 든다. 아마도 난 보내는 내내 같은 생각을 할 것도 같다. 실로 미국에서도 사립학교를 보냈는데 보내는 내내, 가치가 있나? 공립도 충분히 괜찮고 심지어 어떤 면에선 더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은데? 이런 생각을 내내 했고 미국에 계속 있었더라면 공립학교를 보내 볼 참이었다. 한국 학교도 충분히 좋고 미국에서 와서 한국말 잘 못하는 아이들도 잘 적응하며 다니기도 하고, 무엇보다 학비에 드는 돈으로 한국의 다양한 사교육을 경험하게 해 줄 수 있기에 어떻게 보면 더 좋은 선택인 듯도 싶다. 그렇지만 아이들보다 내가 수능을 준비하는 한국식 교육을 시킬 자신이 없다. 외국인 학교라고 마냥 널널하지 많은 않다. 오히려 더 치열할 수도, 더 힘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각자 하고 싶은 방향대로 갈 수 있는 자율성은 더 주워지는 것 같다. 다녀봐야 알겠지만 예상하기로는 그렇다.

 우리가 정착한 한국집 주변엔 학원들이 참 많다. 학원 없는 한국 동네가 있으려나만은 유난히 많이 몰려있는 곳이다. 흔히 말하는 학원가 근처에 산다. 집을 나서면 늘 학원가는 아이들과 엄마들 그리고 줄지어선 학원 통학버스를 마주하게 된다. 그들 사이에 그저 마트를 오가러 나온 우리는 마치 외계인 같다. 우리 빼고 전부 학원으로 향하는 것만 같다. 느낌이 좀 새롭다. 우리 아이들도 새 학교에 적응하고 나면 본인들이 원하는 학원을 보내줄 참이긴 하지만 주로 예체능 학원들일 거다. 어린 시절이 학원, 공부, 숙제로 가득 찬 삶을 살게 하기 싫어서 선행도 사교육도 특별히 시키고 있지 않은데, 우리 아이들 이대로도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집을 나서서 마주하는 광경들을 볼 때마다 든다. 모두들 열심히 치열하게 사는 와중에 우리만 도태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나의 고민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마냥 행복하다. 다행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