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스토리와 캐스팅 낭비 (티빙/한지민/이동욱/윤아/강하늘)
감독: 곽재용
출연: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임윤아, 이혜영, 정진영, 김영광, 서강준, 이광수, 고성희, 이진욱 등
장르: 로맨스, 드라마
러닝타임: 138분
개봉일: 2021.12.29
10년 넘게 짝사랑을 해온 남사친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은 호텔리어 '소진(한지민)'. 짝수 강박증을 가진 호텔 대표 '용진(이동욱)' 앞에 나타난 사랑스러운 뮤지컬 배우 지망생 '이영(원진아)'. 번번이 시험에 떨어져 삶을 포기하려 할 때 호텔 콜센터로부터 구원의 손길을 건네받은 '재용(강하늘)'. 40년만에 첫사랑과 재회한 '상규(정진영)'과 '캐서린(이혜영)'. 친구들의 고백 챌린지로 난감해진 '세직(조준영)', 그리고 힘든 시기를 함께 견디고 성공을 거둔 스타 '이강(서강준)'과 매니저 '상훈(이광수)'의 우정까지. 누군가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누군가는 혼자만의 애틋한 감정을 끝내고, 또 누군가는 잊고 있던 풋사랑의 감정을 되찾는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앞둔, 여느 따뜻한 겨울날.
<러브 액츄얼리>에서 파생된 전형적인 멀티캐스팅 겨울 로맨스 영화다. 한국에서도 <결혼전야>, <새해전야>와 같은 비슷한 형태의 작품들이 이따끔씩 개봉했는데, <해피 뉴 이어>의 스토리와 캐릭터, 그리고 연출적인 부분까지 작품의 전신이 되는 여러 영화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그리고 젊은 청춘남녀의 사랑이라는 대중적인 소재를 무기 삼아 어디선가 봤을 법한 익숙한 스토리로 채워 겨울 감성을 기대하는 관객에게 뻔하고 무던하게 다가간다.
이러한 류의 영화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굵직한 스토리보다는 매력적인 다수의 캐릭터들로 재미를 유발하는 에피소드가 핵심인데, <해피 뉴 이어>는 등장인물이 많아도 너무 많다. 말이 좋아 14인 14색이지,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는 개별 스토리가 7편이나 됐다는 뜻이다. 물론 여러 에피소드를 넘나들며 복합적으로 엮여 있는 몇몇 캐릭터도 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가 단편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닝타임도 2시간 20분 정도로 길어지게 됐는데, 다양한 인간군상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자 한 감독의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지나치게 많은 인물들의 등장으로 집중 자체가 힘들다. 특히 '이강-상훈', '세직-아영'의 에피소드는 러닝타임을 늘리려고 의도적으로 첨가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극중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작년 이맘때쯤 개봉해서 보았던 <새해전야>의 잔상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인지 두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게 가능했다. <새해전야> 또한 멀티캐스팅을 앞세운 연말 겨울 감성의 가벼운 로맨스 영화였지만, '이연희-유연석' 에피소드의 배경을 이국적인 아르헨티나로 택하며 식상한 스토리의 단점을 낭만적인 공간적 배경으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피 뉴 이어>는 시놉시스에도 나왔듯이 극중 많은 인물들이 속해 있는 호텔 '엠로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만을 그린다. 스토리의 뻔함을 탈피할 만한 배경적 요소마저 부족하다보니 결국엔 영화에 출연한 유명 배우들의 힘만으로 극을 이끌어나갈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마저도 인물들의 서사가 부족해 깊은 몰입이 힘들다.
멀티캐스팅 영화의 본질적인 한계일 수밖에 없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은 서론은 거두절미하고 무작정 본론부터 시작한다. 가령, '승효(김영광)'를 15년째 짝사랑했다는 '소진(한지민)'의 짝사랑 스토리는 과거 서사가 전혀 담겨있지 않아 15년이나 친구를 짝사랑했다는 소진의 절절한 감정을 느낄 만한 장면들이 없다. 오히려 결혼을 앞두고 예비신부 앞에서 눈치 없이 구는 '승효'가 비호감으로 비춰질 뿐이다. 단순히 커플메이킹에만 집중한 채 촘촘하거나 깊이 있는 사연을 들려주지 않는다. 그저 '이런 타입의 커플도 넣어야지!'라는 발상 하에 무지성으로 일곱 쌍의 스토리를 탄생시켰다고나 봐야 할까.
(+)
넷플릭스만 들어가도 꽤나 재미있고 유쾌한, 혹은 가슴 따뜻해지는 연말 감성의 영화들이 많다. 물론, 양산형 크리스마스 영화가 대부분이지만 적어도 <해피 뉴 이어>처럼 내용 자체가 부재하지는 않다. 등장하는 배우들만큼은 화면에 굉장히 예쁘게 담았기 때문에 해당 배우의 팬이 아니라면, 이 작품을 절대 권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