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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셔의 손 Oct 29. 2021

내가 사랑한 인디우먼

김사월, 이설아, 이예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독창적”이라던 봉준호 감독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이들. 자신만이 가진 목소리로, 듣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를 바라보게 하는 힘을 가진 여성 인디 아티스트들이 있다. 나는 그녀들을 인디계의 원더우먼, 인디우먼 (Indiewoman) 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 중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3인 - 김사월, 이설아, 이예린을 소개한다.




1 김사월


출처: @april_sour
"난 기회만 되면 영혼을 헐값에 팔아. 겉으로 보기에 그럴싸하면 그만인 사람이지."

김사월 -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상처 주는 키를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어 中


깃털같은 목소리, 한없이 어두운 이야기.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올라간다고 하던가. 김사월은 특유의 가느다란 목소리로 큰 기교 없이, 가장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 안의 작은 악마를 소개한다. 그녀를 잠깐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사실 이런 사람이야. 몰랐지? 참 재밌지?”라며 살며시 웃는 그녀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하다.

김사월의 음악 속 악마는 사랑받고 싶어 안달난 상처투성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악마를 김사월은 한없이 차갑게 바라보는 듯하다가도, 따스히 감싸안는다. 무엇보다, 결코 그 존재를 무시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악마가 항상 그녀와 함께하고 있음을 그녀의 모든 노래 속에서 느낄 수 있다.

내 안의 작은 괴물이 잔뜩 성이 나있을 때, 김사월의 음악을 들으면 좋은 소통을 할 수 있다. '나만큼 병든 사람이 여기 있구나, 아니 어쩌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이만큼 병들어 있구나' 하고 나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작은 괴물들을 조심스레 감싸안고 싶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aAuTVjTBLjc

이 외 추천곡은 <나방>, <사바스>, <프라하>.




2 이설아


출처: @leesnowchild


"그래도 난 춤을 추네. 아무 의미 없이 빛을 따라"

이설아 -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네 中


 앞이 보이지 않는 하양의 세계에 홀로 떨어지게 된 기분. 희미하게 보이는 빛을 쫓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기분. 눈을 감고 걷는다는 표현이 정확할까. 한 발, 한 발, 이설아의 곡 속에서 청자는 알 수 없는 길을 따라 걸어간다. 최대한 힘을 뺀 듯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있는 힘껏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흉터로 남은 상처를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나 걷는 여인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그 발걸음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울지라도 멈추지 않을 거라는 단단한 다짐을 느끼게 된다.

 그런 그녀의 다짐을 듣다보면, 계속 이 세상에서 춤을 추어 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https://www.youtube.com/watch?v=sdAEo9eZBxk

이 외 추천곡은 <절망에서 희망으로>, <비밀수첩>, <서로>.




3 이예린


출처: @yerinlibre


"실컷 휘날리다 덜컥 가라 앉아서
사그라들 우리를 위해 녹아내릴 우리를 위해"

이예린 - 우리를 위해 中


“그때 우리는 그랬어.”라고 담담히 말하는 듯한 이예린. 그녀는 간단하고 솔직한 단어들로 미성숙했던 스스로의 모습을 기억한다. 서툴렀던 과거의 자신을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노래로 불러냄으로써 과거를 기념한다. 맑고 꾸밈없는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가 가장 부각될 수 있도록 악기들이 최대한 비워진 이예린의 음악은 그녀의 이야기를 가장 선명하고, 투명하게 전달해낸다.

날 용서하기 힘들 때 이예린의 음악을 찾는 것이 좋은 도움이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W2BKjGYQJf8

이 외 추천곡은 <우린 흐를 뿐이야>, <그대의 우주>.




김사월, 이설아, 이예린. 이 셋의 음악에서는 스스로를 해치지 않고 지켜내겠다는 다짐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무해하다. 잔뜩 겁먹고 눈을 감은 채 세상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이들은 “나도 그래.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 그저 당신이 누구인지 천천히 들여다 보면 돼.” 라고 담담히 말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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