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지나가는 일상이 따분하고 무기력한가. 하고 싶은 것도, 잘 하는 것도 무엇인지 몰라 그저 울고 싶은가. 지루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망상 속에 갇혀 있지는 않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인간에게는 무기력도, 방황도 마치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니까. 여기, 세 편의 영화 속에서도 방황과 무기력을 헤엄치는 인물들이 있다. 어쩌면 당신의 좋은 친구가 될지도 모를 히로키, 벤, 월터를 소개한다.
귀가부의 히로키
방과 후 활동이 한창인 일본 고등학교의 평범한 오후. 누군가는 옥상에서 영화를 찍고, 또 누군가는 운동장에서 야구를 연습한다. 이들은 영화 감독이나 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저 좋아서 하는 것일 뿐. 영화부도 야구부도 아닌, 집으로 돌아가는 ‘귀가부’의 히로키는 묻는다. “그러면 대체 영화를 왜 찍는 거야? 야구 연습은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고 방황 중이라면, 같은 고민 속에 있는 히로키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극단적인 방황가, 벤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학생회장, 운동부 주장을 하고 수석으로 졸업한 벤. 화려하게 학교를 떠나 집으로 돌아온 그는 방에서 어항 속 물고기만 들여다보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벤은 별안간 이웃인 로빈슨 부인과 불륜을 저지르더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로빈슨 부인의 딸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잘났던 벤이 불안해하며 방황하는 모습을 보고 동질감, 혹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60년대 할리우드 특유의 독립영화 감성과 Simon&Garfunkel의 전설적인 사운드트랙은 덤!
최고의 망상가, 월터
월터는 일상에 집중하지 못한다. 집에서 커피를 내릴 때에도, 사무실에서 복사를 할 때에도 그는 머릿속에서 화려한 액션 영화, 혹은 로맨틱한 사랑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세상을 활보한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따분한 일만 기계처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월터는 상상 속 자신만큼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을까? 남 부럽지 않은 망상가라면 월터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기를 추천한다. 의식의 흐름 같은 엉뚱한 전개를 좋아한다면 더더욱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