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없는 음방? 영통 팬싸? 팬 플랫폼?
코로나 이후 아이돌판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오프라인 콘서트도, 음악방송 방청, 대면 팬사인회도 취소되며 팬들이 소위 말하는 "오프 뛸" 일이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에 좌절만 하고 있을 케이팝이 아니다. 소속사들은 오프라인만큼 매력적인 온라인 콘텐츠를 마구 생산하기 시작했고, 아이돌과 팬들은 이에 맞춰 그들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코로나 시국 속 관중이 부재한 케이팝 공연 현장과 새롭게 등장한 온라인 콘텐츠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선 앵콜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음악방송의 앵콜은 음방 본 무대와 다르게 생 라이브다. MR만 틀어준다. 그래서 코로나 이전, 라이브에 자신 없는 몇몇 아이돌은 방청객으로 온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거나, 팬들에게 떼창을 시켜 자신의 파트를 넘겨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의 등장과 함께 팬들은 음악방송 방청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이에 따라 가수들은 관중도 없이 생 라이브로 3-4분가량 앵콜을 하게 된 것이다. 방송국에서는 코로나 이전과 마찬가지로 앵콜 전곡 분량을 유튜브에 업로드하였고, 대중들은 함성 소리가 부재한 아이돌의 앵콜 영상을 시청하게 되며 파국(?)이 시작되었다.
자연스럽게 라이브가 탄탄한 아이돌은 칭찬받았지만, 라이브를 하지 못하는 아이돌은 엄청난 비판을 받고 때로는 악플에도 시달리게 된 것. 관중이 없는 상황에서도 얼마나 무대를 즐기며 라이브를 잘 소화해내는지가 주 시청 포인트였고, 잘하든 못하든 1위 가수들의 앵콜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케이팝 팬들은 과거보다 더욱 큰 관심을 가지며 반응을 남겼다.
이와 관련한 사례로는 신인 아이돌 에스파가 있다. 에스파는 신인이기 때문에 라이브를 보여줄 기회가 많이 없었고, 이에 따라 "사실 에스파는 라이브를 못할 것"이라는 억측이 난무했다. 따라서 에스파의 팬들은 이 억측을 바로잡고자, 또 에스파를 까내리려는 이들은 자신들의 예상을 증명하고자 에스파의 앵콜을 손꼽아 기다렸다. 결국 10월 16일 음악중심에서 에스파는 'Savage'로 1위를 하였고, 에스파는 관중이 없는 상황 속에서도 보란 듯이 라이브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실력을 입증하였다.
위 에스파 사례는 코로나 이전에도 발생했을 법한 일이긴 하다만, 코로나 시국에는 관중이 에스파를 오프라인에서 만날 기회가 없었기에 더더욱 그녀들의 라이브에 대한 억측이 난무했다고 느낀다.
이렇듯 수많은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되며, 앵콜 무대가 아이돌의 라이브 실력을 입증하는 재판대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관중 없는 앵콜 무대는 결국 잘하든 못하든 아이돌 라이브의 민낯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다음으로, 대면 팬사인회(줄여서 팬싸)가 어려워지며 영상통화로 팬싸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른 가장 중요한 변화는 수많은 영통 팬싸 녹화본이 트위터, 유튜브 등 SNS에 공유되기 시작했다는 점. 최근 들어 대면 팬싸도 목소리까지 담은 촬영본을 공유하는 팬들이 생기고 있지만, 영통 팬싸만큼 많지는 않다. 그렇기에 영상통화 녹화본을 통해 팬과 아이돌이 나누는 대화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게된 것은 나름 신선한 변화였던 것이다.
이와 함께 몇몇 아이돌들은 팬을 대하는 불성실한 태도로 크게 비판받기도, 또 팬에게 지극정성으로 대하거나 재치 있는 답변을 하는 아이돌들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중 웃겨서 화제가 되었던 약 50초 정도의 팬싸 후기 영상을 남기니 참고 바란다.
팬싸가 영상통화 형태로 바뀌어 아이돌을 직접 만나지 못해 속상하다는 팬들도 많았지만, 아이돌에게 직접 페이스톡이 온다는 점, 마치 친구와 통화하듯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설렌다는 후기도 있었다. 또 아이돌이 전화하기 전 팬의 카톡 프로필을 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팬들은 프로필 사진이나 음악을 해당 아이돌로 꾸며놓기도 한다고 들었다. 다른 아이돌 노래를 프로필 뮤직으로 해놓은 팬이 영통 팬싸 중 최애 멤버에게 귀여운 수준의 타박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놀랐던 점은 생각보다 많은 팬들이 영통 팬싸 전 공간을 대여해서 조명을 설치하고, 괜찮은 배경 앞에서 아이돌의 전화를 받는다는 것이다. 사실 유명한 아이돌의 팬싸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몇백만 원의 돈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이에 비하면 공간 대여에 들이는 돈은 큰 금액이 아닐 것 같기도 하다. 팬싸에 당첨된 팬들에게는 무엇보다 최애 아이돌과 영상으로 만나는 약 10분의 시간을, 최상의 환경에서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9년 7월 출시된 하이브 엔터테인먼트의 위버스를 시작으로, 2020년 2월에는 버블, 2021년에는 유니버스가 출시되었다.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세 애플리케이션 모두 아티스트와 팬이 소통할 수 있는 팬 플랫폼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발 빠르게 온라인 팬 커뮤니티 사업을 확장하던 중, 때마침(?) 코로나가 터지면서 팬과 아티스트가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고, 자연스럽게 수많은 팬들이 아티스트와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해당 앱들에 몰리기 시작했다.
간단히 소개하면 위버스는 아티스트와 팬이 게시물을 작성해서 서로의 게시물의 댓글을 남길 수 있는 형태이고, 버블과 유니버스는 포스팅 기능과 더불어 일대일 프라이빗 메시지 (줄여서 '프메'라고 부른다) 기능을 갖추고 있다. 각 플랫폼들은 매거진, 게임, 온라인샵 등 각자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팬 입장에서 위 앱들이 얼마나 재미있는 공간이 될지를 결정하는 건 결국 '가수가 얼마나 자주 오고 팬들과 센스 있게 소통하느냐'이다. 같은 플랫폼 내에서도 너무 재밌어서 매일 방문하게 되는 채널이 있는 반면, 오랫동안 아티스트로부터 소통이 오지 않아 관심이 사라지는 채널이 있기 때문이다.
팬 플랫폼을 통해 팬들과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사소하지만 정말 많다. 자체 예능이나 뮤비 등 콘텐츠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주는 것, 현장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공유해주는 것, 멤버들끼리 있었던 재밌는 사건을 알려주는 것, 팬들에게 저녁 메뉴를 추천받는 것, 좋아하는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팬이 남긴 주접 포스트나 메시지에 답을 남겨주는 것 등등. 이러한 소소해보이는 소통을 통해서 팬들은 오프라인에서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고, 때로는 친밀하게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아티스트에게 감동받고 고마워하기도 한다.
사실 이 외에도 온라인 콘서트, 급증한 음반 판매량, 유튜브 급부상과 함께 높아진 '자체 컨텐츠'의 중요성 등 코시국 기간 동안 케이팝에는 정말 다양한 변화들이 있었다. 특히 ‘자체 컨텐츠’는 소속사가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아이돌 예능을 의미하는데, 이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