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일기
여행일기를 몇 번 올렸다고 여행크리에이터가 되어 있기에 다른 글을 올리기가 조금 애매했는데 사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회사는 복직 이후 구체적인 업무를 주지 않고 일을 찾아보라 라고 하더니 결국은 구조조정 대상자 중의 한 명이라는 통보를 했다. 일에는 그래도 나름 자부심이 있었던 터라 그 같은 통보는 어쩐지 자아가 좀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고 그 사이 아기의 두 돌도 다가와버렸다.
안 그래도 회사일과 육아에 있어 뭔가를 한다기 보다 그냥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맞기던 상태였는데 회사에서 망치를 두들겨 맞으니 정신이 온전하지가 않았다. 아이 두 돌도 당일까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다가 퇴근하는 엘레베이터에서 눈물이 터졌다. 뭐 제대로 하는 것이 없구나 라고.
나와 같은 처지였던 또 한 명의 대상자가 퇴사를 결정함에 따라 덕분에(?) 당장의 목숨은 연명하게 되었지만 마음의 헛헛함과 답답함은 어찌 해결이 되지를 않아 대한민국의 카운슬러이자 심리치료기능까지 담당하고 있는 점집에 연락하게 되었다. 뭐 대단히 그런 쪽에 심취한 편은 아닌데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어디든 상담할 곳이 필요했다.
개인의 시간은 단 한 시간 조차 낼 수 없는 워킹맘이라 회사 점심시간 유선상담을 신청했다.
결론은?
정말 희한하게도 5만원의 행복이었다. 짧은 시간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이런 걸 믿지 않는 남편 같은 사람들에겐 어쩌면 이해 안되고 돈 아까운 일일거라는 걸 알기에 여기 저기 이야기 하진 못했지만, 오죽하면 나도 의뢰를 하면서도 현실의 문제를 현실에서 구해야겠지만 그래도 상담 한 번 받아보고 싶다고 했을까.
여러 이야기들이 힘이 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나를 지지해 주었던 이야기는,
‘글이나 그림은 내 인생의 주 업이 되지는 않더라도 늘 함께 하는 일일 것이고 언젠가 한 번은 그것으로 돈이 들어올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라는 것이었다.
뭔가 교육를 받은 적도 없어 전문가적 실력이 있지도 않고 일상에 치여 가까이 하는 시간이 많지도 않지만 그래도 그림은 내 인생의 짝사랑 같은 친구라고만 생각해왔는데 그 말 한 마디로 다른 여러 이유로 불안하던 마음이 사르르 가라앉았다.
남편도 아기를 사랑하고 나도 나이가 많은 엄마지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얘기에는 점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그저 그렇게 얘기해줘서 나에게 안도감을 줘서 고맙다는 생각 뿐이었다.
누군가 점은 듣고 싶은 말을 들을 때까지 보는 것이라고 하더라. 아마 다른 누구에게서라도 나에 대한 나의 생각에 대한 지지를 받고 싶은 것이겠지.
이 사실을 모르는 남편은 회사 일에 힘들어 하는 나를 보고 또 여행을 갈 때가 되었다고 한다. 이번 달 초에 여행을 다녀왔는데? 라고 했더니 힘든 일을 힘든 여행 스케줄로 잊는게 중요하지 여행 주기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단다. 아직 이번 달의 여행 일기도 안 썼는데 덕분에 글감은 계속 이어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