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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Nov 20. 2023

무지개 다리를 건너다


내 첫째 딸 같던, 아니 첫째 딸이었던 영심아, 부족한 나를 다 받아주고 다 이해해주고 그저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만 봐줘서 고마워. 함께 하는 매 순간 많이 의지가 되었고 행복했단다. 늘 내가 받기만 해서 미안해.

진심으로 사랑하고 사랑했다. 너무너무 사랑한다. 다시 곧 사람으로 태어나 나에게 와주면 좋겠다. 진짜 부모 자식으로 다시 만나 못다한 사랑 주고 싶어. 보고싶다. 아픈 몸으로 오래 버텨줘서 고마워. 너무너무 사랑해.


오늘 나에게는 정말 딸과도 같았던 우리집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아픈 몸으로 참 오래 견뎌 주어서 더 붙잡지를 못하겠다.

타지에 있다는 이유로 마지막 가는 길도 못 보았다. 내 껌딱지 엄마 껌딱지로 평생을 살았는데 홀로 가는 길 외롭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이런 아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손이 하나도 안가는 강아지였다. 부모를 모시는 짐까지 그 작은 몸에 얹어 두었다. 부모님이 강아지를 키워주셨지만 사실은 강아지가 우리 부모님을 돌봐 드렸다. 엄마아빠 잠들때까지 잠들지 않고 곁을 지켰고 내가 못하는 애교도 부렸다.

현생을 천사처럼 살다 갔으니 하늘에서도 예쁜 천사로 살아가겠지. 그곳에선 줄줄이 무거웠던 종양들 다 내려놓고 이곳에서의 좋은 기억들만 가지고 행복했으면.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덧, 11/20은 소설이란다. 첫 눈이 내리는 날에 떠났다. 영심이처럼 예쁜 날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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