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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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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Nov 24. 2023

무기력과 걱정인형

노산일기


무기력이 몰려온다.

잠을 아껴서 할 정도로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도 며칠째 그냥 손을 놓았다.

그리고 먹는다. 쇼핑을 한다. 그런 말초적이고 일시적인 즐거움만 누리고 있다.

잘만 먹고 있으니 이것이 우울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회사는 여전히 자존감을 짓밟는 여러 일들이 일어난다. 내가 셋팅한 부서인데 라는 생각은 라떼와 같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을 못한 건 나다.


5살 어린 직장 후배는 업종 전환을 하면서 연봉이 나만큼으로 올랐다. 자기 회사에 이력서를 내 보라기에 아기를 재우고 이력서를 써 보았다. 한 업종에 15년 넘게 몸담은 자의 이력서는 업종 전환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경력이 빈약하다.

막상 이직을 하더라도 아기는 어떻게 키울지 자신이 없다. 이런 저런 걱정들이 나를 생각의 늪으로 끌어 당긴다.


그래도 이력서를 쓰는 순간만큼은 빨리 쓰고 자야겠단 생각에 초집중을 했다.


워킹맘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

어느 한 곳 손벌릴 곳 없는 이 상황이 정말 뼈를 갈아넣는 기분이다. 괜히 남편에게 짜증을 낸다.

세상의 모든 워킹맘을 존경하게 된다. 하나 키우면서도 이렇게 절절매는데 둘 셋 키우는 사람은 정말 대단하단 말도 부족하다.


아기는 단짝이 생겼다. 얼집 문열고 등원하고 문닫고 하원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아기가 요즘은 단짝이 하원하면 그렇게 서럽게 운다고 한다.


하지만 일 잘하고 인정 받는 나의 모습이 그립다. 하루종일 에너지가 소진되기만 하고 그 어느 곳에서도 에누지가 공급되지를 않는다. 잠 안자고 밥 안먹어도 인정 하나로 충분히 힘이 나던 순간을 다시 느끼고 싶다.

걱정을 줄이라는데 도무지 줄여지지가 않는다. 에너지를 채우겠다고 먹기만 먹으니 모조리 살로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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