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일기
아기 낳기 전엔 정말 몰랐다.
아기 키우는 여자들에게 회사에서 이렇게 암묵적인 압박을 하는지(요즘 같은 시대에도 야근을 운운하는)
아기를 키우고 일을 하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이 얼마나 뼈와 살을 갈아가며 하는 일인지
가장 늦게 어린이집 문을 두드리고, 엄마를 기다리다 지쳐 잠든 아기를 보는 마음이 얼마나 무너져내리는지
아무리 좋은 남편이더라도 왜 대부분의 경우에 결국 아내쪽이 가정을 돌보는 일과 육아에 더 관여하게 되는지
왜 그 수많은 여성들이 버티다버티다 결국엔 제 발로 회사를 나가게 되는지
싱글의 삶이 길었던 나는 사실 회사에서 아기 용품이나 사고 앉은 기혼녀들이 내심 고깝게 보일 때가 많았다. 물론 육아휴직 기간은 열과 성을 다해 빈 자리를 메꿔주었지만 그래도 돌아와서는 제 몫을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야근이고 주말근무고 출장이고 당연지사 싱글의 몫이었다. 속으로 비난한 때도 많았고 싱글의 희생만 강요당하는 느낌에 괜한 피해의식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 겪어보니 알겠다.
그리고 이것은 사회의 문제라는 것도 알겠다.
왜 출산율이 이렇게나 낮은지도 알겠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누가 좀 도와주세요를 외친다.
옛날엔 밭일하면서 애 열댓씩 키웠다고?
차라리 그게 더 애 키우기 효율적인 환경일거다.
일이 늦어져(그나마도 마무리도 못한 채) 택시를 타고 어린이집으로 달려가는 길, 자괴감이 든다.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 건지.
(유모차는 왜 이렇게 더럽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