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일기
12/30 여행 3일차
호텔 접선
호텔 조식 후 남정토루 차량 이동 (약 2시간 30분 소요)
전라갱 관광
중식 유창루 (토루식)
유창루 관광
탑하촌 관광
하문으로 차량 이동
석식 엉클양꼬치
남정토루를 가보고 싶어서 이 패키지를 선택해도 무방할만큼 티비에서 보여지는 남정토루의 경관은 마치 중국 영화나 걸어서 세계여행의 중국 오지편 등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9시 30분 경 접선하여 차량 이동을 했다. 차량으로 약 2시간 30분 정도 중국 내륙 방향으로 들어간다. 아기를 데리고 비행 시간만큼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좀 두려웠지만 다행히 아기는 잘 버텨 주었다.
토루는 중국 소수민족의 하나인 객가인의 전통가옥으로 적들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만든 거대한 집합주택이다. 전쟁도 피해갈만큼 오지였는데 위성사진 상 미사일 기지로 추정되는 것이 보여 조사를 시작한 것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계기라는 이야기가 있다.
버스 정류장에 내리자 중국답게 광활한 입구가 나타났다. 지역 자체가 거대한 유네스코에 등재된 광활한 관광지라 입장을 하고도 또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산길을 굽이굽이 올라간다. 남정토루에서 가장 유명한 5개의 토루가 모여있는 전라갱이 첫번째 목적지였다.어떤 사정에 의해 내부 관광은 어렵다고 하여 전라갱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인증 사진을 찍었다. 이 지역은 모든 건물에 아직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조심히 관광해 달라는 유의사항도 들었다.
느긋하게 출발하였기 때문에 전라갱 인증샷을 두 번에 거쳐 찍고 나자 점심시간이 되어 네모 모양의 토루 한 곳으로 이동하여 토루식 중식을 먹었다. 다른 여행 후기에는 착석 후 음식을 만들어서 제공된다고 하는데 우리가 간 곳에서는 이미 테이블별로 음식이 차려져 시간이 많이 지났는지 음식이 거의 다 식어 있었다. 우리 나라 시골의 여러 나물 반찬이 나오듯 중국 스타일로 볶은 가지 등의 나물 반찬과 쌈, 탕수육, 동파육 등이 쌀밥과 함께 놓여져 있었다. 썩 맛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토루에서 밥을 먹는 특별한 경험을 즐겼다.
밥을 먹고 유창루로 이동해서 토루 내부를 구경했다. 유창루 내부는 5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최대 경사도가 15도로 회랑의 기둥이 쓰러질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독특했다. 7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데 아직까지 대부분의 집에서 거주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어느 나라이든지 옛 기술도 참 대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거주민들은 관광업을 생계로 하고 있어 직접 그린 그림의 인쇄본으로 마그네틱을 만들어 판다든지, 사진을 찍어준다든지 하는 형태로 돈을 벌고 있었다. 이미 한국 단어도 많이 아시고 사진 몇 장 찍어주시는데 천원씩 받는 모습을 보니 도시 문명이 이미 침투했다 싶기도 하다가도 아직은 모두들 때가 덜 묻으신 듯하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집요하게 사진을 찍어주시겠다는 아주머니 덕에 나도 몰랐던 아이폰 사진의 팁도 새로이 알게 되었다.
유창루 투어를 마치고 탑하촌으로 이동했다. 탑의 남쪽이라고 S자형으로 흐르는 강을 따라 형성된 마을로 전라갱이나 유창루보다는 작은 규모이지만 여러 형태의 가옥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버스를 내려보내고 강을 따라 1km 정도를 걸으며 산책을 하기로 했다. 날씨 요정은 오늘에 행운을 몰빵해주어서 날도 산책하기 좋을만큼 따뜻하고 맑았다. 거리가 조금 있다보니 중간중간 아기가 칭얼거려서 안고 업고를 반복하며 걸어 땀이 조금 났다. 심심해 재미없어 하는 아기에게 "엄마가 너무 와보고 싶었던 곳이야. 너랑 이곳을 걸으니 엄마는 너무 행복해"라고 했더니 심심하다는 이야기를 뚝 그치기에 아기이지만 많이 컸다 싶고 마음 씀씀이와 배려가 고맙다 싶었다. 관광객이라곤 우리 밖에 없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풍광을 보며 길을 걸으니 너무 마음이 평온해졌다. 돌다리가 있는 구간에서는 뭔가 베니스의 풍광이 다른듯 같은듯 스쳐지나가기도 했다.
꽤 긴 시간 산책을 하다보니 버스가 정차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조금 천천히 운전해서 바로 저녁 식사 장소로 이동하겠다고 했다. 하루 종일 버스를 탔더니 약간 멀미가 날 것 같았지만 기분이 좋은지 이동 내내 노래를 불러대는 아기를 보니 다른 분들 주무시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고슴도치처럼 귀여웠다. 식당에 다다를 무렵이 되어서 갑자기 잠이든 아기는 식사 내내 일어나지를 않아서 인생 처음 양꼬치를 먹여주려던 계획은 무산되었다. 양꼬치는 소와 양 두 종류가 나왔고 한국에서 먹는 맛과 큰 차이가 없었다. 양꼬치와 맥주가 무제한이라고 했지만 차멀미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 단일 메뉴만 계속 먹다보니 그다지 많이 먹히지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도착해서야 잠에서 깬 아기를 데리고 근처 편의점을 찾았다. 공항과 인접한 호텔 근처에는 대형 오피스텔 같은 큰 건물들만 가득했지 길에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밤거리를 걷는 것이 조금 쌩한 느낌이 있었다. 편의점이라곤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 규모가 조금 큰 슈퍼를 겨우 찾아 아기가 배를 채울 수 있는 이것 저것의 먹거리를 샀다. 마침 만일을 대비해서 한국에서 싸온 뽀로로 짜장 컵라면이 있어 소시지, 계란, 과자들과 함께 컵라면을 먹였다. 중국에도 프링글스가 수입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양파맛 프링글스와 같은 색깔인 연두색 통만 보고 샀더니 알고보니 오이맛 Lay’s였다.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하고 맛없는 세제같은 맛이었는데 돈이 아깝지만 도무지 이건 못먹겠다싶어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중국 티비에서 한국의 소식이 들려왔다. 어떤 항공 운행 실험 같은 것인지 영화인지 싶을 정도의 장면이 뉴스에 나오고 있었고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한국 뉴스를 검색했다가 연말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믿기지 않는 소식을 보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가족 여행을 많이 다니는 나로서는 남일 같지 않은 비통함이 가슴에 돌덩이처럼 걸려 숨이 막혀왔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사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