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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중국 샤먼 패키지 여행 도전기 - 4

노산일기

by sunshine

12/31


마지막날은 귀국일이기 때문에 특별한 일정은 없고 공항 가기 전 오전에 남보타사라고 하는 절에 들렀다. 당나라 때 중국 4대 명산이라고 하는 보타산 아래 건축된 천년고찰이라고 한다. 예약이 필수라고 하니 자유여행객들은 사전에 위챗 설치하여 예약을 한 후 방문해야 한다. 다만 입장료는 없다. 이런 번거로운 부분을 여행사에서 알아서 해 준다는 점에서 패키지가 편한 부분이 많다.


이른 아침인데도 인파에 밀려 접선 장소만 대충 정하고 각자 자유 관광을 하기로 했다. 나눠주는 향을 받아들고 기도를 드린다. 가족의 평안을 기도하고 나서 공항참사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많은 분들이 가시는 길이 너무 아프지 않았기를 빌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렀다. 사고 이래 여행의 즐거움이 모두 사라지고 마음이 아파서 밤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인구도 많지 않은 이 작은 나라에서 이런 사고들은 이제 그만 일어났으면 좋겠다.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절내 산책을 하며 둘러보았다. 절이 크긴 커서 마음 편히 둘러보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았지만 패키지 여행객은 늘 시간이 촉박하다. 이런 영험한 곳에는 기념품이 필수지. 문에 걸면 좋을 것 같은 종을 두 개 샀는데 역시나 기념품 물가들이 어찌나 비싼지 그나마 싼 걸 고른다고 했는데도 중국 물가가 아닌 느낌이다.


절 산책이 끝나고 바로 버스를 타서 공항을 향했다. 여러모로 아쉬운 가이드님이었지만 또 정작 헤어지니 부정적인 마음은 사라지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바라는 마음만 남는다.


귀국편 공항은 작고 살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음식이 먹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다. 귀여운 아기를 둔 탓에 어딜가나 프리패스라 여행이 조금 수월한 것도 사실이다. 아기는비행기 탑승 전부터 기내까지 여기저기 국제적으로 귀여움을 뽐내며 편안히 여행을 끝냈다. 아기의 얼굴도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나나 남편같이 변할텐데 그 전에 여행을 많이 다녀야겠단 생각이 들다가도 곧 아 한동안은 좀 자중하자 싶다.

그렇게 출장을 자주 다녀도 비행기 탈때는 늘 설레이던 나였는데 비행시간 내내 마음이 쪼그라들기도 처음이다. 세월호 이후 배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리더니 이젠 비행기다. 정말이지 대국민 트라우마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어쨌든 아기와의 첫 패키지 여행을 무사히 잘 마치고 12/31 저녁에야 집에 도착했다. 인생이 많이 변하고 있다. 내년은 또 어떤 삶이 펼쳐질지 기대감 보다는 두려움이 크다. 나이가 들수록 진짜 새로운 도전을 기피하고 늘 하던 것들에 마음 편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여행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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