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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산일기

일요일은 예수님도 쉬라고 하셨어

노산일기

by sunshine

일요일까지 달리는 것은 역시 무리이다.

열성맘들은 지방에서까지 올라와서 본다는 넘버블럭스. 가격대가 있어 몇날며칠을 고민하다 좋은 자리는 다 날리고 구석 귀퉁이 좌석으로 예매하고 국립중앙박물관어린이박물관도 시간텀을 두고 예약했다. 의외로 또 이런 것엔 계획적이지 못해서 공공기관 예약도 쉽지 않았는데 드디어 해 본다.

뮤지컬도 재미없다고 하고 아이도 나만큼이나 피곤한지 내내 짜증일색이길래 나도 박물관을 둘러보다 폭발해서 밖으로 아이를 데려나왔다.

이제 너랑 어디 안다닐꺼야. 주변을 둘러봐 너같이 징징거리고 짜증내는 애들이 있나. 엄마도 사람이야. 힘들어도 같이 뭘 좀 해보려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돈써서 이렇게 다니면 좀 재미없어도 거기서 즐거움을 찾아야지 어떻게 사람이 365일 24시간 키즈카페만 다녀? 엄만 이제 아무것도 안할꺼니까 하고 싶으면 너 혼자 다녀. 엄만 너랑 안다닐꺼야.

쌓였던 마음이 폭발을 하고 아이는 대성통곡을 했다. 어쨌든 이래저래 일정은 대충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잽싸게 저녁을 하고 저녁을 먹이고 소파에 앉았다. 아이는 심심하니 같이 놀잔다. 하루종일을 같이 놀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더 이상 같이 노냐 혼자 노는 법도 좀 찾아 라니 자기는 혼자 놀기 싫단다 엄마랑만 놀고 싶단다.

세상 수용적인 엄마가 낮에 폭발하는 것을 봐서 그런지 웬일로 블럭정리도 잘하고 극심하던 일춘기 증상도 조금 꺾였다.평소보다 두시간은 더 일찍 재웠는데 순순히 잠도 잔다.

하지만 나는 퍼부었던 기억만 하루종일 남아 마음이 좋지가 않다. 다 해주고 싶은데 엄마는 벌써 45살이고 체력적으로 하루하루가 달라지는게 느껴진다. 체력이 떨어지니 감정 조절도 쉽지 않다.

괜히 조부모 도움 없이 홀로 버티는 육아의 길이 배알이 꼬일 때가 있다. 육아를 핑계로 커리어도 결국 끝이 났다. 일을 안해본적이 없고 남한테 돈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이제 앞길이 보이지가 않는다. 일 외에는 할 줄 아는게 없는 내가 육아만 한다고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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