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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biing Oct 09. 2016

'죽여주는 여자'

삶과 죽음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는 '죽여주는 여자' 

가을이 한껏 다가온 오늘, 이재용 감독의 작품이자 윤여정이 주연인 '죽여주는 여자'라는 영화를 보았다. 주인공인 소영(윤여정)은 종로 일대 공원을 돌아다니며 박카스를 권하며 자신의 몸을 파는 일명 '박카스 할머니'이다. '죽여주는 여자'로 불리며 다른 박카스 할머니들의 시기 질투를 살만큼 유명하다. 그녀는 트랜스젠더인 집주인 티나와 다리가 하나 없는 장애를 가진 도훈 그리고 성병 치료차 들린 병원에서 데려온 코피노 소년 민호와 함께 산다. 어느 날 단골이었던 노인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을 알고 그를 방문했을 때 자신의 현재 모습에 좌절해 자신을 죽여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그 이후로 현실이 힘들었던 손님들에게 같은 부탁들이 이어지게 된다. 


영화에 비치는 소영은 모든 일에 담담하다. 일을 나가서도 무미건조한 말투로 노인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을 만족시키는 일에 집중할 뿐이다. 하지만 그녀의 현재 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과거는 파란만장했다. 안 해본 일이 없었고 더 큰돈을 만지기 위해 미군 부대의 미군들을 상대하였다. 그러던 도중 흑인 미군의 아이를 임신했고 형편이 되지 않아 돌도 되지 않은 그 아이를 미국으로 입양을 보냈다. 그녀는 마치 그 죄에 대한 사죄라도 하는 양 데려온 코피노 소년 민호를 성심성의껏 보살핀다. 이러한 장면을 통해서 잊어버리고 있었던 몇십 년 전 한국이 피해자였던 시절을 가해자로서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는 자각 하지 못했던 우리의 현실을 볼 수 있다.


그녀의 주변은 우리가 쉽게 주변에서 보지 못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다. 트랜스젠더, 장애인, 혼혈아 등의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은 우리가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면 쑥덕이거나 의문을 품을만한 일이 일어나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그들의 삶에는 이미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기에 많은 일들은 놀랍지도 그리고 다들 그만한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며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연민이나 동정을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냥 그들의 삶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식으로 영화는 진행된다. 또한 우리는 그녀가 놓아지는 상황을 보며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흐려진다. 그녀의 너무나도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로 인해 그녀는 자실 동조를 하게 되고 결국엔 그 죄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된다. 그 과정들을 보며 과연 어떤 게 맞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을 제삼자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와 같은 장면들을 통해 감독은 하나의 일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던져주며 그리고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시선만으로 남의 이야기를 풀어내가는 것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이처럼 이 영화는 굉장히 많은 사회적 이슈들과 그리고 우리가 그 이슈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상 우리 사회의 소외자와 사회적 약자들에게 초점이 많이 맞춰진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 안에서 소영의 역할을 통해서 감독은 삶과 죽음이라는 철학적인 이야기 또한 풀어낸다. 


그녀는 자신의 일을 통해서 중년들과 노인들이 쾌락을 얻을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서 그녀는 그들이 삶을 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이다.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의 쾌락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살아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근원이 된다. 여러 가지의 쾌락이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게 성적인 쾌락이며 그것은 삶의 본능이다. 소영은 삶의 본능을 도와주는 존재에서 삶의 포기를 도와주는 아이러니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 삶과 죽음의 대비는 역사적으로 사랑의 신인 에로스와 죽음의 신인 타나투스로서 많이 다뤄졌던 주제이다. '소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감독은 이 대립되는 개념이 사실 상 인간에게는 공존하고 있고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관계인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바티유라는 철학자는 성행위를 했을 때 절대적인 무의 상태로 가며 고도의 쾌락을 느낀 후 흥분이 소멸됐을 때가 죽음에 가장 가까워지는 상태라고 했다. 두 가지의 너무나도 달라 보이는 행위들을 통해서 이재용 감독은 그 삶과 죽음의 한 끗 차이를 풀어내며 우리에게 그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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