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라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던 시간 혹은 아무렇지 않아 보이려고 했던 시간 속에 숨어있다가 갑자기 파도처럼 밀려오곤 한다. 그럼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흩날려 깨지듯 뭉쳐있던 감정의 응어리가 분출이 된다. 그 시발점이 언제였는지도 모르게 그렇게 감정의 폭풍이 몰려온다. 폭풍 후 고요한 바다가 생기듯 내 마음에 고요함도 언젠가는 오겠지.
사람이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것만큼 힘든 것은 없는 것 같다. 사실 내 인생은 객관적으로 편한 인생이었다. 축복받은 가정 안에서 내가 공부하고 싶은 장소에서 공부를 했고 내가 원하는 만큼 내 능력이 따라줬고 그 덕에 내가 원했던 대학도 갈 수 있었다. 대학에서도 나를 나 자신 그대로 이해해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특별한 어려움 없이 내리막의 공이 자연스레 굴러가듯 모든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과거였다. 졸업과 동시에 여러 가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내가 생각했던 대로, 내가 원하던 대로 내 인생이 펼쳐지지 않았다. 처음 느껴보는 경험이었다. 항상 지표가 있던 것과 같던 내 인생의 방향을 잃은 것만 같았다.
그 결과로 내가 생각지 않게 쉬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내가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미국에 들어가지 않게 되었고 결국 한국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1년 넘는 시간 동안의 기다림과 실망, 낙담 등의 감정들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웠다. 예전에는 '신은 한 가지 문을 닫아 놓으면 다른 한쪽의 문을 열어 놓는다'라는 말을 그저 흘려들었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배우게 된 것은 좌절 속에서도 나에게는 그 상황에 맞는 선택들이 주어지고 나는 그 좌절을 맞닥뜨리며 힘들어하기보다는, 주어진 선택 안에서 나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 무엇일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힘들 때는 눈이 퉁퉁 부을 만큼 울고 힘들어해도 된다. 다만 그렇게 울고 나서는 차가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마음을 다스리고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게 조용히 생각하고 고민하다 보면 나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들이 주어지고 나는 그저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 중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된다.
그러고 나면, 내 마음에도 고요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