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올해 2-3월은 역대급으로 바빴던 시간이었다. 오죽하면 쓰나미가 몰려왔다고 표현했을까. 그래도 감사한 일이었다. 작년에 내가 그토록 바랬던 '일로써 바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최선을 다해 쓰나미에 올라탔고 다행히도 모든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이제 내가 좋아하는 라떼를 마시며 여유로운 아침을 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바로 '번아웃'이다.
가장 큰 증상은 '과도한 조급함'이었다. 아무 일도 없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이미 마음이 조급하다. 그것이 가족들에게 전달되어 아이를 지나치게 몰아세웠고 남편에게 밑도 끝도 없이 짜증을 부렸다. 생각해보면 나는 '오늘'을 살았던 게 아니라 일주일을 묶어서 오늘 하루에 모두 끝내버리겠다는 자세로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브레이크가 망가진 자동차처럼, 내가 나를 제어할 수가 없었다.
또 하나는 '불안함'이었다. 분명히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도 밀려오는 불안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프리랜서의 숙명이 불규칙적 수입에 대한 '불안'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불안이었다. 어쩐지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듯하고, 이렇게 끝나버릴 것 같은 느낌이 나를 잡아먹을 듯이 쫓아오는 느낌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무기력함'이다. 매일 조급하고 불안해하면서도 그것을 타파하기 위한 액션을 취하기엔 내가 너무 지쳐버린 듯했다. 매일 저녁마다 내일의 할 일을 되새기지만 몸도 마음도 잘 움직여지지 않는 시간이 꽤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일이 들어오면 반갑기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졌다. 늘 해왔던 일인데도 말이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이미 알고 있다.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렵다. 핑계가 늘어가고 자꾸만 떡볶이를 찾게 된다. 일주일에 떡볶이 3번이면, 이건 상황이 좀 심각한 거 아닌가.
떡볶이를 사랑하지만, 이렇게 떡볶이의 노예가 될 수는 없다. 평생 함께 갈 친구이기에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 건 사람이나 음식이나 마찬가지겠지.
오늘부터 당분간 떡볶이, 넌 아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