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순진한 질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엄마, 박쥐는 왜 '박쥐'에요?
설마 '박'씨는 아니겠죠?
어느 날 아이가 해맑은 표정으로 나에게 질문을 했다. 나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
박쥐는... 음... 그냥 동굴에서 살면서 날아다니는 쥐를 '박쥐'라고 부르는...거.. 아닐까..?
정말 무식하고 성의 없는 답변이었다. 처음엔 뭔 그런 질문을 하나 싶었고, 그다음엔 '박'씨 성을 가진 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너무 귀여워서 웃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게... 왜 박쥐라고 불렀을까? 한자어인가? 뜻이 있는 건가? 기다려봐, 엄마가 한번 찾아볼게.
그렇게 찾기 시작한 '박쥐'라는 이름에는 역시.. 이유와 의미가 있었다.
박쥐의 본래 표기는 '밝쥐'였다고 한다. '밝'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밝다'라는 뜻이며 '밝쥐'는 '밤눈이 밝은 쥐'라는 뜻의 이름이라고 한다. 와... 세상에... 박쥐의 '박'이 '밝'이었다니!!
그런데 예전부터 박쥐는 밝음보다는 어둠에 더 가까운 동물로 인식되어서 박쥐라는 동물 자체가 어둠을 상징하거나 좋지 않은 의미를 뜻하는 경우가 많았다.(배트맨도 있는데ㅠ) 그 결과 박쥐를 떠올릴 때 밝음보다 어둠의 이미지가 강해졌고, '밝쥐'에서 'ㄹ'이 탈락하게 되면서 지금 현재 우리가 아는 '박쥐'라는 소리로 변했다고 한다.
설명을 들은 아이는 "아~ 그렇구나!" 하고 무심하고 시크하게 하던 일을 계속했다. 오히려 내가 더 "신기하지? 재밌지? 와.. 엄마도 처음 알았네." 하면서 흥분했고, 결국 남편에게 카톡까지 남겼다.
박쥐가 왜 '박쥐'인지 알아? 그게 말이야, 박쥐의 '박'은 원래...
예전에도 아이가 불쑥 '시치미 떼는 게 뭐예요?'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아는데 모르는 척할 때 쓰는 말이야."라고 의미를 대답했는데, 아이가 다시 물었다.
근데 '시치미'가 뭔데요?
그때도 약간 '띵'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나는 '시치미'가 뭔지도 모르고 쓰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너무 궁금해서 다급하게 검색을 했다.
'시치미 떼다'라는 말은 고려시대 때의 매사냥에서 나온 말이다. 그때 고려에서는 매사냥이 성행했는데 사냥매를 사육하는 응방이라는 곳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궁궐에서부터 귀족사회로 번져나간 매사냥은 점점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 시대나 그렇듯, 길들인 사냥매를 도둑맞는 일이 잦아졌다. 그래서 본인의 매에 특별한 이름표 같은 걸 달아서 표시했는데 그것이 바로 '시치미'다.
'시치미 떼다'라는 말은 여기서 나온 말이다. 시치미를 떼면 누구의 매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것이 발전하여 현재는 알고도 모른 척할 때, 자기가 해놓고 안한 것처럼 행동할 때 '시치미를 떼다' 또는 '시치미를 딱 잡아떼다'라고 쓴다.
와. 나만 몰랐나....? 나 이런 거 좋아하네...?
아이의 생각지도 못한 질문 덕분에 나의 무지함을 반성하게 됐지만, 덕분에 새로운 재미를 찾았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아이에게 설명도 해줄 겸, 앞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서 기록해보려고 한다.
제대로 모르고 쓰고 있는 관용적인 단어나 표현들.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