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가만 책장을 들여다보니
시간 지나면 아쉬워할 책들이
참 많이도 꽂혀 있네
그저 꽂아두고 위안 삼아왔을지도 모를 시간들이
불쑥 부끄러워지는구나
이 찬란한 봄날도 두서없이 지나고나면
흰머리 몇 가닥 더 생기고
불쑥 날아든 지인 부고장 받아들고
한번쯤이라도 용기 내어 소통할 걸 하면서 후회할지 모르지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은
변명이나 보태는 말 그만두고
내가 나를 위해 솔직하게 걸어가자
좀 귀찮더래도
불편한 이 맞닥뜨리지 않게 미리미리 확인도 하고
조율도 하고... 동상이몽 딴 생각하는
불량한 자, 안보는 게 상책이지
사람다운 사람만 만나자
제 그물에 걸려 사리분별 못하는 자
떨어지는 꽃을 보면서 꽃들이 죽는다고
얘기하는 신파조의 삼류는 만날 일 없다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가 지끈지끈한 주말을
굳이 맞닥뜨릴 이유 없다
누가 뭐라고 하든 시간은 덧없이 흐르고
예측은 하되 불시에 몸 균형이 무너짐을
어이하랴
모두 받아들이자 힘들어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갑자기 어두워져 비가 내려도 올 때가 돼서 오나보다
인정하자
비가 아니라고, 이건 분명히 눈물이라고
확대해석하지 말자
비는 그저 비일 뿐, 눈물은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