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8층 유리곽 안에서 듣는 빗소리는 특이하다
쇳소리가 나면 소낙비가 오는 게 틀림없다
당연하지만 사방은 어두컴컴하다 한반도가 삼면이 바다이듯이
이방은 삼면이 허공에 뜬 하늘이다
발악하듯 살아내는 무지랭이 들이나 고고한 척 깃 올린
잡놈들이나 비에 젖기는 매한가지다 특히 쇳소리 내는 빗줄기
사이에선 다를 바 없다
꿈에서 깨어나라
네가 서있는 곳은 허상에 사로잡힌 허공에 불과하다
눈을 뜨고 세상을 보아라 남은 시간 그리 많지 않다
구차하게 손 내밀지 마라 너는 이미 승자다
사십 년전 나로 돌아와 정면으로 나를 보아라
거기 해맑은 푸른 청년이 서 있다
배는 좀 고프지만 당당한 젊은이가 서 있다
다시 출발하자 어차피 내 인생은 왕자처럼 귀한
자리였음을 이제야 깨달았느냐?
늦었지만, 늦지 않았다
꿈에서 깨어나라, 부디 꿈에서 깨어나 침묵하며 걸어라
호랑이 걸음으로 천상의 소리 들으며 앞으로 나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