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기차는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약간의 요통과 두통에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게 하지만
과거와 미래 현재가 동시에 검은 차장에 떠올라 좋다
달리는 속도와 다가올 내일이 정비례하는 절묘한 연동
다소 후회스런 낮의 일들 따윈 잊어도 좋을 거라 속삭인다
적막이었다가 불빛속에 떠오르는 따스한 소도시 속살들
갑자기 휙 스쳐지나가는 하행선, 짤막한 여운
그래, 그래도 난 살아갈 거다 보란 듯이 잘 살아낼거다
이름 모를 중병이든, 하찮은 건강염려증이든 내 인생에선
중요하지 않다 오늘 이 시간 쾌속으로 어둠속을 달리는
산천호에 내 삶이 온전히 실려 있다는 사실 오랜만에
그저 따스하고 평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