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이렇게 쓰세요“로 끝나는 글이 되길 바라며
갑자기 “전자책을 써야지!” 결심했다. 얄팍한 결심은 결국 알고리즘의 농간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가뿐히 무시하고. 한번 가보자고의 마음이다. 그저 뭐라도 하는 백수가 되고자, 사실은 내 얼마 되지도 않는 글재주로 좀 더 돈을 벌어보고자 하는 생각이었다. 아주 얕은 생각. 얄팍한 결심과 얕은 생각은 이게 다 유튜브 때문이라고 탓을 돌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요즘 알고리즘이 이상하게 너도나도 전자책을 쓰라고 성화인 영상을 수두룩 빽빽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 “일주일 안에 끝내는 전자책 작성 방법”, “전자책 부업으로 월 ㅇㅇㅇ만 원 벌기” 등의 백수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제목으로 가득했고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하는 동기부여로 마무리 되었다. 그런데 안 넘어가? 그게 사람이야? 좋아, 가보자고.
어쨌든 전자책 열차는 출발했다. 출발은 했는데 막상 ‘7일 안에 쓸 수 있습니다’, ‘아뇨, 당신은 하루 안에 글을 전부 써야 합니다’하는 내용만 그득그득하고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주제도 정했고 목차도 있는데 음… 시작을 어떻게 하지? 난 항상 시작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밀림의 왕 사자이므로 도입부가 걱정되었다. 시작하면 술술술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쯤 돼서 유튜브 몇 개 봤으면서 아는 척 오지게 하는 글 몇 자 적어보자면 전자책은 일반 출판 서적과 결이 다르기 때문에 20p가 최소고 내가 본 크몽의 도서(내가 쓰려는 주제와 비슷한 전자책만 보긴 함)는 대부분 200p를 넘지 않았다. 이해를 쉽게 도와줄 수 있는 사진 몇 장 골라 넣으면 200p 정도는 쉬운데 말이지… 그래서 전자책은 어떻게 써야 하는데!
그래서 그냥 일단 써보기로 했다. 무작정 첫 삽을 떴다. 우와- 신난다.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면 다른 것 보다 “객기”, “자뻑”, “자기애” 이 정도라고 생각한다. 내 글이 세상에 꼭 필요한 글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쓰다보면 늘기야 언젠가는 늘어있다. 반대로 지금은 구려보여도 나중에 돌이켰을 때 ‘이렇게나 사랑스럽고 풋풋한 글을 쓰다니’ 하게 될 수도 있다. 세상에는 시작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나는 시작했으니 우주 최고의 전자책을 쓸 수 있어‘라는 마인드 세팅을 해놓는다. 그리고 전자책을 작성한 지 이틀 째인 오늘, 한 문단을 더해 총 세 문단을 완성하고 나서 든 생각은 ’내일 갈아엎어야지…‘였다. 와아… 신난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아무래도 내가 전자책을 읽어보지 않았다는 게 제일 크겠지. 책만 읽어봤지 전자책의 말투는 어때야 하는지, 정보를 얼마나 압축해야 하는지, 헛소리는 써도 되는지 안되는지 이런 사소한 것까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쓰려니 약간 죽을 맛이긴 하다. 블로그와 브런치에서 단련된 나의 쌉소리 실력, 온갖 종류의 자소서를 첨삭하면서 길러낸 자소서 작성 실력과 별개로 팔려야 하는 글을 써보는 것도 처음이다. 보여주는 게 아니라 팔려야 한다. 쉬워야 하고 재밌어야 하면서 정보가 도움이 되어야 한다. 세 개 중에 하나만 뽑자면 단연 정보가 도움이 되어야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왠지 팔다리가 묶인 채 로봇이 말하는 것처럼 글이 딱딱하게 써진다. 이거 무슨 chat gpt가 더 자연스러울 거 같다.
그렇다고 포기할 것 같으냐. 이번 주 목표는 매일 전자책을 쓰는 것이다. 내일 다 지워질 문장들이지만 난 오늘까지 세 문단을 완성했고 이만 잘 거다. 그리 쉽게 “전자책 츄라이 츄라이”를 외쳤던 유튜버들과 다른 결말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 나도 이거로 돈 잘 벌고 싶다. 이게 깨끗하고 투명하고 맑은 진심이다. 하지만 뭐, 안 될 수도 있는 거지. 사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이건 그냥 “전자책, 정말 츄라이 해도 되는가”를 주제로 한 일기에 가까울 것이다. 정보가 조금은 가미될 수도 있고.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다.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일단 전자책 완성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목표는 3월 내 출간! 간간히 전자책 츄라이를 외치는 유튜버들이 알려주지 않은 나만의 고충을 써볼까 한다. 매일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못 쓰면 그냥 잘 쓰고 있나보다 하면 되겠지.
뭐, 응원해 주시라요. “전자책, 이렇게 쓰세요”로 끝나는 글이 되길 바라면서 오늘의 전자책 일기는 끝!
오늘의 결론 : 전자책… 진짜 츄라이 해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