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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난나 Aug 13. 2022

삼수만에, 브런치 작가 합격!

그런데, 앞으로 뭘 써야 하지?

작년,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가 두번이나 떨어진 경험이 있다. 두번째 떨어진 이후에는 너무 기분이 나빠서(!) 한동안 브런치라는 것을 아예 잊고 살았었다.


그런데 너무 더웠던 지난 어느 주말, 아이와 남편과 커피숍으로 피서?를 와서 아이는 영상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고 나와 남편도 각자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었는데,

난 챙겨보지 못했던 우영우 드라마도 1.5배 속으로 다 봐버린 상태고,

이번주 쇼핑해야 할 사소한 것들(생수, 아이용품 등등)도 다 샀고,

매일 보는 경제 유튜브는 주말에까지 보기에는 머리가 아픈 느낌이 들었고,

구독기간이 만료된 밀리의 서재를 아직 재구독 신청하지 않아서(재구독할지 말지 고민중..)볼 만한 전자책도 없어서,

오랜만에 아무 것도 할 게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게다가 아이까지 낮잠이 들어서 도대체 이 짧고 소중한 30분 남짓의 자유시간에 뭘 할지 고민을 하는 시간이 이어졌는데, 불현듯 잊고 있던 브런치가 생각났다.


정확히는 언젠가의 일기에 '시도하지 않았던 일들 시도하기: 6월말 브런치 작가 재신청'이라고 써놓았던 게 떠올라서였다.

그러나 두번이나 떨어지고 나서 약간의 마상(!)을 입었던지라 이번에도 떨어지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그냥 신청하지 말까?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주말의 그날엔 정말 너무 할일이 없는 상태였고 그날의 나는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기를 강렬히 원하는 그런 자아상태였다.


뭐라도 해야 하는 주말의 오후,

오랜만에 브런치 앱을 켜고 발행하지 못한 채 저장해놓았던 글을 읽어보았다.


다시 읽어보니 첫번째 글부터 너무 무겁고 진지한 슬픔이 가득한 글이었다(당시 슬프고 충격적인 일을 겪어서 그렇기는 하지만..). 그 힘든 일을 겪고 나서 나는 마음이 조금 단단해졌고, 이제는 맛있는 걸 먹고 웃고 떠드는 것에 관해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마음이 많이 회복이 되었다.

 

그래서 작가 소갯말의 분위기를 조금 바꿔보았다.

'갓생과 퇴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매일 기록하고 쓰는 10년차 변호사, 그리고 워킹맘'

그렇게 별로 튀지도, 무겁지도 않은 작가소개글을 적고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난 주중에는 매일 삼프로티비를 보면서 그날의 경제뉴스와 시황 등을 정리하는 기록을 매일 남기기는 하지만

그러한 정보성 정리글을 브런치에 발간하기는 좀 적절치 않아보였다.(브런치에는 왠지.. 작가의 창조성, 순수성? 등을 강조하는 글들이 많아 보이기에..)

그래서 나는 고심하다가 내가 왜 삼프로티비를 매일 보고 기록하는지, 매일 기록하는 것의 좋은 점(일종의 공부 방법?)에 관해 써보기로 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1. 완벽주의를 벗어난 변호사의 공부법

- 삼프로티비를 매일 보는 이유?환경의 자동세팅이 중요하다(자동 루틴완성)

- 법공부? 대법원 종합법률정보센터의 법조문과 대법원 판례면 어느 정도는 완성이다

2. 변호사의 돈공부

- 완벽한 준비란 없다, 일단 시작하기!

- 부동산 경매

- 주식 공부

- 연금투자 공부

3. 마음공부

- 평화?로운 결혼 및 육아생활을 위한 배우자 공부

-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엄마의 마음 공부

이런 식의 목차를 썼던 것 같다(불과 며칠 전에 써서 제출한 활동 계획이 이렇게 생각이 나질 않다니...

기억력 저하가 예상된다..)


사실, 계획을 쓰면서도 합격은 기대하지 못했다.

두번이나 떨어졌었고 브런치를 둘러보면 정말 글을 잘쓰는 작가분들이 많음에 나는 절로 주눅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예상외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합격통보를 받게 되었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글쓰기 계획을 밝혀서 합격을 하게 된 것인지..(그 전에는 저런 계획보다는 한 3-4줄 정도의 포괄적인 계획을 밝혔던 것 같다), 아니면 요즘 혹시 지원자수가 예전만 하지 못하여 나를 합격시켜 준 것인지? 등등 온갖 생각과 의심? 떠올랐다.


그렇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꿈꾸던 '희망을 주는 작가' 되고 싶다는 바람에 한발짝 다가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서류더미에 파묻혀 가끔은 매너리즘에 빠지곤 했던 10년차 직장생활과 병행하는 워킹맘의 쉽지 않은 일상 속에서 숨겨진 보석 같은 일상의 소중한 것을을 꺼내어 다듬고 세상에 내보일  있다는 '일종의' 자격이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앞으로 '작가님'의 좋은 글을 기대한다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동시에 부담이 생기긴 한다.


앞으로 뭘 써야 하지?

계획대로 쓸 수는 있을지?


그러나 계획은 계획일 뿐, 너무 스스로를 저 계획에 옭아매지는 않기로 해본다.


부담감과 중압감은 내려놓고, 이 공간에서는 오롯이 나의 삶을 돌아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 나누고 싶은 것들을 꺼내어 가꾸고 물을 주고 키워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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