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당 3길 44에서
충서로 872를 왕복하는 나는
밥집 아주머니가 되어간다.
코로나 덕분에...
나의 적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주부 역할이 어려운 사람이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는 최근이다.
흰밥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미성년 고객님과
건강상 잡곡밥을 원하지만 눈치 보느라 말 못 하는 나이 든 고객님의 니즈를 알아차려
두 개의 냄비밥을 한다.
내가 조금 더 고달프기 위해 공부를 했나 보다.
코팅 팬과 편리한 전기밥솥에서 나오는
피에프 오이가 서서히 쌓여
먼 훗날 치명타를 먹인다는 믿지 못할 추측이 내게 있다.
영화 [다크 워터스]도 그러한 내용이라는 말이 있어 안 봤다.
더 피곤해질까 봐.
지금도 충분히 피곤하므로...
상식은 여기까지 접수.
쌀을 한가득 머금은 304타입의 스테인리스 뚝배기 안에서 질질 흘려내는
밥 물이 나오기 직전까지 지키고 감시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그 300초...
기다림 같은 감시.
부글부글 끓는 점.
내가 끓는지 네가 끓는지 알아채기 힘든 지점.
힘들게 느껴지는 날이 많다.
잠깐 한눈을 팔면 세라믹 상판 위에 흔적을 남긴다.
집중은 학교 다닐 때만 필요한 덕목인 줄 알았는데...
집요함과 더불어 집중력이
건강한 삶을 조금 더 누리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 요즈음이다.
집중에 대한 수고로 내가 얻는 것이…
있다!
누룽지.
사실 냄비밥은 올케를 다시 만났던 작년에 그 매력을 알았다.
전기밥솥에서 대기 중인 밥은 매력 없다.
얻어먹는 주제에...
냄비밥을 달랬다.
올케!
까탈스러워 미안했다...
까탈스러운 시누이를 위해 미리 씻어 놓고 불려놓는 준비를 했을 올케.
그 수고의 분량을 내 요즘 느낀다...
그러했던 올케.
그대는 주부가 적성일까?
맛있으려면
기다려야 한다.
맛이 드는 시간.
고추장...
된장...
간장...
그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타닥타닥
맛있다
소리마저
누룽지...
20200504_봉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