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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년 Nov 19. 2024

낯선 감정 배우기



흙이 제대로 털리지도 않은 식재료를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주던

 

엄마가 떠올랐다.


봉지채 그대로 우리집 야채실로 이동했다가


내마음처럼 차고 건조한 바람을 맞아가며

스스로 바싹 마른 소리를 만들어 낼 때에나


비로소 다시 자유를 얻고

흙으로 돌아가던 식재료들.





나에게는 아주 많이 어색한...


식탁에 올리고 젓가락만 꺼내들면 되는

완성된 반찬.


엄마로부터 받아본 기억을 내가 소유하던가.


이유는 늘 있어왔다.


“바뻐서, 바뻐서.

 죽고 싶어도 죽을 시간이 없다 나는”


그러나 엄마는 죽었다.


이제는 흙이 담긴채라도

건네받고 싶은

검정비닐봉지도 함께...


남동생의 아내로부터 건네받은


반찬가게에서는


가격의 그람수 만큼만

정확하게 계량되어

포장되는 정성이


폴리스티렌도 아닌

플라스틱도 아닌


안전한 유리그릇에 담겨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저녁식탁에서 내 목을

아프게 찔렀다...


찔끔찔끔.

눈물이 나올 만큼이나...



20201206[.작가손 김봉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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