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근예비역
“월급이 얼만 줄 아냐???
몇 천원 받았어 나는.”
“한 달에요?”
“그럼 맨날 주겠냐 새꺄?”
“아하하하하 그거 가지고 어떻게 살아요? 담배도 못 샀겠네요?”
“담배는 줬지.”
이렇게 시작되던 부자간의 대화.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얘기 중 베스트인 군대 이야기.
이제는 더 이상 여자가 아닌 듯 나는 재밌다.
그런데 어제 아침의 영상통화는 더 했다.
먼저 군대에 도착해 좋은 보직을 받았다고,
보내온 편지지마다
행복, 행복, 행복...
이라는 단어를 빠뜨리지 않던
까맣지안의 절친 영찬.
“편지는 받았냐?”
“나 영장 나왔어.”
“뭐라구? 갑자기?”
“어.”
“그럼 학교는 어떡하고?”
“야 지금 학교가 대수냐? 상근 나왔는데? 무조건 얼른 가야지 하하하.”
다음 대사는 아마도
대장의 끝자락에 달렸다는...
직장.
그 부근에서부터 올라온 것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의 뒤집어지는
놀라움과 분노.
측정불가한 비율로 섞인 음성이었다.
“무어어어??? 상그----으으은? 니가 왜 상근이야? 멀쩡한 놈이!!”
“몰라, 나도 뭔가 이상한 거 같아서 병무청에 확인했는데 상근 맞대?”
“아 이새끼 니가 왜 상근이냐고, 이 꿀 빠는 새끼! 아 재수 없네?”
“약올르지? 그러니까 성질급하게 왜 지원했냐, 기다렸으면 니가 상근됐을텐데?”
“스물 한 살, 그것도 일월에 상근이라고? 개꿀이네. 이 새끼 개부럽네…”
흥분한 절친에게 까맣지안은 약을 한 삽 떴다.
“야, 우리 아빠가 그러시는데, 너 같은 운전병이 제일 불쌍한 거래 하하하,
군대에서 사고 나면 너하고
앞 유리만 갈거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
7년을 미적지근하게 이어져왔던 우정에 굵직한 금이 생긴
이천이십일 년의 크리스마스.
절친을 불행의 단지에 빠뜨린 상근예비역.
까맣지안 소유의 행복한 크리스마스 아침이었다.
그럼 꿀단진가 나는.
[.작가손 김봉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