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2020.09.28 브런치 낙선작_당시 작가 나이 48세)
“뭐야? 새옷이 아니었네? 어떻게 이런 걸 보내냐?”
“의심하긴! 내가 #조심성없이 머리를 집어넣는 바람에 이렇게 돼버렸지, 설마하니 언니가 입다가 찢어진 옷을 그냥 보냈겠어?”
좋아하면 그 사람이 오해받는 것 조차 용납할 수 없는 걸까?그동안 나는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던게 확실하다.실수는 실수대로 방치해왔었다.언니의 실수라 함은...
확인하지 않음?
보험 영업을 하다보니 가끔은 고객의 가게에서 원하는 스타일도 아닌 옷을 그냥 사야한다.<#기브앤 #테이크>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방치해오다 시누이에게 보냈다.비닐에서 단 한번도 나와보지 못한채로 일산서구 탄현마을에서 웅천읍 남당마을까지 온 저 옷은...
옷감에 프린트 된 꽃들을 받아 든 시누이도 난감했다.
‘시원한 재질이긴 하다만...꽃이다...살아있는 것들도 별룬데...’
“언니 옷 잘 받았어요!"
“아가씨 취향 아니면 어쩌나하면서 그래도 시원한 재질이라 지금 입으면 괜찮겠다 싶어서...싸구려는 아닌데 올 해 산건 아니구요...마음에 안들면 버리세요”
“저 저런스타일 좋아해요!길이가 길어서 배도 가려주고 엄청 시원한데요?잘 입을게요~ 감사해요 언니!”
아... 나는 오차값이 없는 기계처럼 변함없는 나를 고집해왔지만...거짓말을 시작했다.
처음은 어색했지만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가끔은 어떤것이 나의 본심인지 싶을 때가 있다.
거짓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거짓인지 아닌지를 정확히 구별해 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
수선도 하지 않은채 이 여름내내퇴근후 나는 교복처럼 입고 있다.
그런 날이면 막내는 내게 알려준다.
“엄마?여기 #찢어진거 안보여요? 꿰매야 되겠어요”
“음, 알았어~#걱정하지마~ 내일 꼬맬께~”
우리는 그런 날마다 매번 #똑같은 대화를 한번씩 나눈다.
막내는 늘 #신선함이 #매력이다.
어쩜 그렇게 매번 새로울까?
발달장애 아이와 경도인지장애 초기에 들어선 엄마의 조합은 늘 그저그런 세상을 가끔은 새로운 시각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해준다.
처음엔 작은 상처였던 것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이 여름이 다 가고나면 상처를 꿰매 휴식을 취하도록 할 참이다...
정말이지 시원한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