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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년 Nov 17. 2024

그렇게 검문소를 지나쳤다


늦은 저녁.

오른쪽 창밖을 나는 곁눈질하며 검문소를 지나친다.


갑자기 이십팔 년 전의 남자친구가 떠올랐다.

전화를 건다.


“지금 통화 괜찮아?”

“왜? 뭔데? 바빠. 빨리 말해!”

“그럼 됐어 수고해!”


“아, 뭔데?”

“아냐 됐어. 급한 건 아냐”

“아 뭐냐니까?”


“어...뜬금없이 궁금한 게 있어서...”

“어. 빨리 말해”


“어... 스물 한살 때 말야...그때

철원에서 시외버스타고

외출 나오다가 헌병한테 끌려갔었쟎아?


“어. 근데?”

“그다음에 어떻게 됐었지?”

“뭘 어떻게 돼. 서울 가서 다시 만났쟎어!”


“뭔 소리야? 아하하.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에 어디서 다시 만났겠어? 

나도 멘붕 와서 다음 역에서 무작정 내린 기억이 단데?”


갑자기 그 시외버스 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던 장면이 떠오른 건...

늘상 지나치던 검문소가 갑자기 눈에 들어온 건...


벌써.

병무청에서...

여자 친구도 없는 나의 큰아들 앞으로 보내온 우편물 때문이었다.


다음 정차역에서 무작정 내린 이후 

정류장 팻말 앞에 우두커니 서 있던 나.

다시 요금을 내고 버스에 올라야 하는 복잡한 현실에 머리를 굴리던 

기억까지만을 기록한 필름이 내 머릿속에 남아있고...


그 시절의 남자친구는 수유역에서 나를 다시 만나 밥을 먹었다...


세월은 우리를 지나쳤다.


우리는 지금 서로 다른 편집본을 저장한 채로 살아가는 중이다.


결혼 전까지는 분명 내 앨범 어딘가에 붙어있었던,


누나따라 새벽기차를 타고

난생처음 철원땅을 밟았음에도

피곤한 기색없이

긴장감도 없이

실물 자주포 앞에서 활짝 웃던 국민학교 육 학년 꼬마.


벌써 그 꼬마가 사십이 넘어가버렸다.


그런 꼬질꼬질한 추억들이 켜켜로 쌓여서,


열번도 더 넘게 헤어졌지만,

결국 못 헤어지고,

지금까지 살아내는 중인가 싶은  밤이다.


2021.03.31 [.작가손 김봉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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