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요 Oct 24. 2021

숨표를 부여하는 일

이번 가을엔 좋아하는 드라마 한 편 만들라고 하던 친정엄마는


이제 구체적으로 알려주신다

전도연 나오는 건 너무 외롭고 고독해

고현정 나오는 거 봐봐 돈이 많아도 골치 아픈 것 같아  우리들 사는 것이 속 편한 거 같아




뭐하고 싶어서 불렀어요?


그냥 앉아있고 싶었어요 집이 아닌 곳에서요  가끔 집이 아닌 곳에서 가족이 아닌 누구 하구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가만히 앉아있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아무 말도 안 해도 되고 아무 생각도 안 해도 되고 아무 걱정도 할 필요 없는

그런  그런 아무 의심도 기대도 없는 그런 사람하고 같이 있고 싶다 같이

가만히 있고 싶다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면서 그냥 누워있고 싶다는 그런 생각


난 정반였거든요 근데 그게 결국 같은 이야기구나 싶어서요

난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었거든요. 아주 어릴 때 해가 질 때쯤 집에 가만히 누워있으면

심장으로 이상한 시냇물이 졸졸졸 흘러요

그럼 방금 밥을 먹었는데도 이상하게 배가 고픈 것 같기도 하고

분명 엄마랑 같이 있는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어요

집에 있으니깐 집에 갈 수도 없고 엄마랑 있으니깐 엄마를 만나러 갈 수도 없어 돌아버리겠는 거예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근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게 결국 그게 이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사람이랑 가만히 누워있는 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같이  누워만 있고 싶다는 드라마 속 여자


가족 안에 서로  이해받지 못한다면

가족이니까  이해받지 못한다는 말이 위로랍시고  할 만큼 가족은  어렵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 믿는 구석'이다


삶의 전부이자 온통 전부가 되면 안 되는 가족의 이야기일 줄 알았던 드라마는  결국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가족, 친구, 사회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서로 위로받고 상처 주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실타래를 풀어간다. 그리고 그 실타래를 푸는 주체는 나 자신이다. 어느 날은 불안 어느 날은 두려움으로 또 어느 날은  충만함에 취한 날을 보내기도 할 것이다.


 물리적인 단식이라는 과정은  몸 안에 있는 불필요한 것을 태워 없애는 과정이다. 그리고 불안을 참아가며 두려움을 연습하는 기간이기도 했다. 반면  충만함으로 반짝거리는 날들도 많았다. 그리고 점점 평온하고 고요한 나를 만들고 있다. 


 긍정의 다른 말은 부정이 아니라 다른 세상을 보는 눈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열정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내가 하는 일은 숨표를 부여하는 일,  그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쓰담 쓰담 쓰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