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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ul 05. 2022

학교 폭력 그까이것

단식 1일 차


딸아이와 동반 단식을 시작했다


2년 전 아토피로  단식을 했던 아이는 벌써  세 번째이다


그때만 해도   발레를 하고 있어  날씬했던 아이는  2차 성징을  지나고  학교폭력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이 찌기 시작했다


밝았던 아이가  말수가 없어지고   학교를 가기 싫어하는 것부터  문제가 있어 보였으나 사춘기 누구나 겪어가는 과정으로만 생각했다



지난 금요일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열렸고   나는 A4  5장의 글을 제출했다


그렇게 아이는  15년 삶에서 가장 어려운 자리를  마주했다




일진 아이 한 명으로  시작된


폭력


소위 그냥 말렸다는 것



왜?


아이가 보청기를 꼈다고?


위원회 대표 정도로 보이는 사람이 질문을 하였다


질문에 아이가 가해 아이들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고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 순간 나는 그 질문에 마음속으로 용서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  넌  나보다 낫구나'


학교폭력과  그것을  처리하는 학교  


지난하게 아이를 기다리게 하는 교육청




두 달간을 지켜보며




타 지역으로 이사 가지 않으면  가해 아이들을 전학시키는 것이 아니라 피해 아이가 가는 것도  금지되어있는


행정에 불합리성에 다시 한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또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저는 000의 엄마입니다.  

아이는 15살 짧은 인생이지만  지금  가장 어려운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지켜보면서 가족 모두의 일상이 함께 뒤흔들려 버렸습니다.     

“중학교 시간을 망쳐버렸다”라는  아이의 말을 들으면서 이번 일은 단순히 한 두 달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은 아기일 때 첫 번째 뇌의  성장이 일어나고   폭발적인 뇌의 성장 두 번째는 지오가 겪는 이 시기에 일어난다고 합니다.   


뇌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극과 긍정적인 경험들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호르몬은 뇌의 성장은커녕 뇌를 죽이는 것이라는 것을 뇌과학 책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으로 아이가 겪고 있는 고통은 비단 한 두 달 힘든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유난스러울 것 같아 말하지 못했다는 아이가 혼자 겪었을 시간들을 생각하면 엄마는 심장을 망치로 깨는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상처가 더 아프고 오래간다는 것을 심의하시는 선생님들은 다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지오가 그렇게 보이지 않는 폭력을 5학년 때부터 지속적으로 받고 있었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엄마로 그동안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자책과 고통의 시간입니다.


     

A라는 아이에게 청각장애라는 놀림을 받는 것으로 아이의 지난 3년간의 학교생활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한 것인지 알고 있을까요?     

아이가  전학 오기 전까지 학교생활에 문제가 없었고 친구 관계는 더욱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밝게 성장했기 때문에  전학 와서  A에게 받은 놀림이  처음에는 놀리는 것인 줄  몰랐다고 합니다.  장애는 그저 불편한 것이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어서  A의 놀림을 처음에는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전학 와 친구 사귀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춘기 여자아이들의 미묘한 관계들을 생각하면서 그것 또한 배워야 하는 것으로만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중학교 생활을 힘들어하기 시작하면서 말수가 줄어들었지만 통과의례라고만 생각하고 사춘기 시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을 만나면 에너지를 받는 아이이기에 외향적인 성격의 아이였는데 중학교 올라가면서 더 힘들어했습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아이의 장애를 놀리던 A는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무리를 지어  놀리기 시작했습니다.  A를 주축으로  4명이 무리 지어 다닐 때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아이들을 불러 아이를 비난의 눈길과 비웃음으로 아이를 고통에 빠지게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아이는  무서워 쉬는 시간에 화장실조차 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단톡방에 초대해 집단적으로 아이를 놀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증거가 없다고 학교에서는 증거를 찾아오라는데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이상 단톡방에서 나온 방의 자료를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초등학교 2년, 중학교 1년이 넘는 시간을 A는 10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 지오를 지속적으로 괴롭혔습니다.  화장실에 늘   무리 아이들이 있어 이용하지 못하고   참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1층 교직원용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는 아이에게 외상이 없으니 단순한 괴롭힘으로 여기는 것 같지만 오히려 보이는 상처는 꿰매고 약이라도 바를 수 있지만  마음의 상처는 깊이도, 정도도 가늠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 아이는 학교와 선생님으로부터 더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덥기 바쁜 학교와 일이 많아진 것으로 불편한 선생님, 그리고 흔한 학교 폭력의 하나였던 것이죠


코로나 이후로 학교 폭력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데  이 부분에 대해 교육청에서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계시나요?

     

유난스러운 것 같아 혼자 감내했었는데 아마 아무도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그동안 혼자 버티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처음에는 폭력사건으로 신고하는 것보다 그 아이들을 상담하고 더는 괴롭히지 않도록 조치하는 정도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인 아이는 2차 폭력을 두려워했습니다. 표시 안 나게 괴롭히는 그 아이들을 지오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죠     

학교폭력으로 신고해야 할지 엄마로서도 학교에서 더한 피해가 올까 고민하던 차에 아이가 학교를 가면서 학폭위에 신고해야겠다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있다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에 아이는 더 힘들어했습니다

학교에 신고를 한 후 아이는 학교에 가고 있지 않습니다


어느 날 ,  학교폭력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가 신고 의사를 밝혔는데 가해 아이들과 상담하면서 이상한 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몇몇 아이들은 신고하지 않았는데 그중 B는  제일 깊게 반성하고 있고 모든 것을 자신이 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는 정작 B는 신고하지 않았고 A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신고했다는 것입니다. 주변 가해 아이들도 A는 괴롭히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여러 아이들이  A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기억을 의심하시더군요.

     

아이에게 물어보니

 “엄마, A가 제일 무서워…. A가 제일 나를 괴롭혔어”라며 초등 5학년 때부터 아이의 장애를 가지고 괴롭혔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제일 많이 괴롭혔다는  B는 요즘 자신을  괴롭히지 않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입을 맞추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 이상 C중학교에서 생활하기 힘들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교실을 지나 화장실을 가보고 복도를 지나면서 이 일이 마무리되어도 아이가 이 공간에서 지내면서 기억될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시련은 극복하라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모든 일을 포기하거나 외면하면 재앙이지만 어려움도 공부가 되면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비난 어린 시선과 놀림을 견디기에는 지오는 고작 15살입니다.     



더 이상 C 중학교는 아이에게 즐겁고 행복한 곳이 아닌 공간이 되었습니다  학교 교정을 걸으며 계단을 오르내리며 아이가 앞으로 겪을 시간을 생각하니 이곳에서 다시 혼자가 되라는 것은 어른들의 폭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계속된 폭력에 그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물론 이 일로 아이는 더 단단하게 클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 이 일을 떠올릴 때 당당히 마주할 만큼 마음의 근육도 더 키워 갈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견뎌줄 공간과 시간이 지오에게 필요합니다. C중학교 안에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원하는 것은 그 아이의 처벌이 아닙니다.

반성하고 또 이런 일이 없다면 그 아이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자신이 잘못한  대가는 어떤 방식이든 받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전학입니다. 이사를 하면서까지 가족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장애와 외모로 상처 주고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양성을 접하고 배워야 하는 최초의 사회가 학교가 아닐까요?


 자신의 잣대로 타인을 평가하고 비난할 자격은 어느 누구에서 없으니까요



아이는  심의위원회가 끝나고  나오면서  비틀거렸다.

그리고  안아주는 나의 품에 안겨서 서럽게 울었다.

이제  아이와 내가 할 수 있는 대응은  이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제  아이의 바닥을 치는 마음을 달래주어야 한다.


힘든 일이 생기거나 생각을 정리할 일이 생기면 단식을 시작한다

작년 초에도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단식을 시작했다.

나 살기 바빠서 아이에게 소홀했었나..


아이에게 제안을 했다.

학교를 가지 않고 엄마와 단식하고 함께 공부하고 놀면서 지내보지 않을래?

8월 말에 끝나면 여행 가자


이제 아이는 한 계단 디딜 수 있는 힘을 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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