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여행 (103)
무안 유일의 유인도 가는 선착장, ‘조금나루’
탄도처럼 섬이 ‘달의 땅'임을 절실하게 느끼게 하는 섬이 또 있을까 싶다. 사방으로 갯벌에 둘러싸여, 물이 많이 빠지는 사리 때면 갯고랑이 바닥을 드러내 배를 운항할 수 없다. 이럴 때는 바닷물이 들어와 배를 띄울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 여객선 출항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는 배가 제 시각에 뜨지 않는 때가 많아, 가기 전에 전화를 해보고 가야 하는 이유다.
탄도 이장님께 "내일 들어가는데 몇 시까지 선착장에 가면 좋겠느냐" 물었더니, "오전 10시 30분쯤 오면 되겠다"고 한다. 당초 예정보다 2시간가량 늦어진 시각이다.
전남 무안군의 유일한 유인도인 탄도를 들어가기 위해, 그 이름도 예쁜 ‘조금나루’에 10시쯤 도착한다. 물 빠진 선착장에는 누군가 갖다 놓은 짐들이 먼저 먼저 배를 기다리고 있다. 선착장 언저리를 서성이는데 어르신 한 분이 방파제 턱 아래에서 고개를 불쑥 내밀고 일어선다. 겨울 찬바람을 피하기 위해 앉아 있다가 인기척에 일어선 모양이다.
올해 81세라는 어르신은 탄도가 고향이다. 무안에 일이 있어, 어제 오후 배로 나갔다가 들어가는 중이라고 한다. 젊었을 적, 도회지로 나가 살다가 50줄에 탄도로 돌아왔는데 마음이 편해 좋단다. "예전엔 썰물 때면 감태를 가득 채운 양동이 2개를 양쪽에 지고, 탄도 북동쪽에서 조금나루 위 송현마을까지 약 4km 남짓한 갯벌을 걸어 다녔다"고 어르신은 회상했다.
갯벌에 둘러싸인 작은 섬, 예전엔 걸어 다니기도
탄도는 면적 0.49㎢에 해안선 5km 정도의 작은 섬이다. 망운면사무소에 의하면 2024년 2월 4일 현재 인구는 30세대에 44명이 거주하고 있다. 한때는 망운초교 탄도분교가 있을 만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유권자도 110여명이 거주했다고 한다.
배가 출항할 시간이 다가오자,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선착장으로 걸어온다. 짐을 놓아둔 주인공들이다. 탄도가 고향이냐 물어보니, 대구라고 답한다. 탄도와는 별 인연이 없지만 도회지 생활에서 지친 몸을 회복하기 위해 우연히 섬에 정착한 지 5년이 되었단다. 알고 보니, 남자분은 탄도마을협동조합 사무국장 겸 탄도의 유일한 숙박시설인 ‘섬마을펜션’의 대표이다.
승객 5명을 실은 도선은 수로를 따라 남서쪽으로 지그시 우회하며 20여분 만에 탄도선착장에 도착한다. 선착장에서 내린 어르신이 마을 기슭에서 서성이고 있는 개를 보고, “검둥아~” 하고 크게 서너 번 부른다.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닌데 금방 소리를 알아들은 검둥이가 쏜살같이 뛰어오더니, 뒷다리로 일어선 채 할아버지에게 온갖 재롱을 부려댄다.
탄도 둘레길을 안내하는 정겨운 ‘봄이’
어르신과 헤어지고, 부부를 따라 도착한 곳은 옛 분교(망운초교 탄도분교) 터였다. 아담한 분교 터는 숙박시설인 ‘섬마을펜션’으로 변모해 있다. 잔디 정원과 전정 작업이 잘 된 향나무 등에서 부부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느껴진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골든레트리버 종인 ‘봄이’, 갑자기 달려와 연신 코를 킁킁거리며 반가움을 표한다. 펜션의 마스코트인 봄이는 방문객들에게 탄도 둘레길을 앞서가며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도 한다.
탄도는 예로부터 ‘여울도’라 했지만 섬에 많았던 소나무로 숯을 생산해 뭍으로 내보냈다고 해서 ‘탄도(炭島)’로 불린다. 하지만 주민들의 땔감도 부족했을 법한 작은 섬에서 숯을 구워 팔았다는 게 수긍이 잘 가지 않는다. 아마도 일제강점기, 섬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여울 탄(灘)’ 자를 ‘숯 탄(炭)’ 자로 잘 못 기재하지 않았나 싶다.
탄도의 자랑 ‘삼색 숲’과 ‘야광주도’
마을을 지나 산속으로 들어서니, 숲이 생각보다 울창하다. 처음엔 소나무 숲이더니, 사스레피나무 군락이 이어진다. 미로 같은 둘레길을 지나 이윽고 안개산 정상의 팔각정에 도착한다. 안개산은 해발 50m에 불과하지만 망운면의 산 중에서 최고봉이다.
안개산은 원래는 ‘왕영산’이라 했는데 섬 정상에 짙은 안개가 끼면 멀리서 몽환적으로 보여 ‘안개산’으로 바꿔 부르게 됐다고 한다. 팔각정을 중심으로 망운반도와 해제반도, 신안군 지도와 선도 등이 빙 둘러싸고 있다.
팔각정에서 남쪽으로 내려서다가 서쪽으로 우회하니 신비감을 자랑하는 대나무 숲이 나타난다. 소나무 숲과 사스레피나무 숲, 키가 3m 이상 달하는 대나무 숲은 이른바 탄도의 자랑인 ‘삼색 숲’이다.
대나무 숲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무너진 데크길을 조심스레 지나 해변으로 내려서니 해안 산책로이다. 탄도의 명물 ‘야광주도’가 눈앞에 보인다. 탄도 북쪽 끝자락에 있는 '섬 안의 섬'으로, 마치 용이 여의주를 쥐고 있는 모양이라 하여 '여의주도'라고도 불린다. 이곳에서의 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워 과거에는 주민들이 자주 찾는 일종의 휴양지였다고 한다. 하지만 썰물 때 잠시 열렸다가 밀물 때는 고립되는 지역이어서 외지인들은 출입 시 주의해야 한다.
탄도만의 무연한 갯벌에서 서식하는 '무안 세발낙지'
탄도 북쪽으로는 갯벌이 무연하게 펼쳐진다. 이 청정 갯벌에서 무안 세발낙지와 감태, 굴, 고둥들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무안 세발낙지는 입안에 착착 달라붙는 차진 맛과 부드러운 미감으로 식객들을 휘어잡는다. 낙지는 주로 게류(털게, 칠게)와 갯지렁이, 바지락, 폐류 등을 먹고 자란다.
망운면 조금나루 남쪽 30ha와 범바위 북서쪽 30ha, 탄도 북쪽 100ha, 현경면 홀통 남서쪽 40ha의 갯벌 지역은 수산자원관리법에 의해 보호수면으로 설정되어 있다. 낙지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어업인 스스로 금어기(6.21~9.31)까지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남해안(여수, 장흥, 고흥) 낙지의 어획 방식이 통발이라면 무안 낙지는 주낙(줄낚시)이 주류를 이룬다. 낙지 주낙은 약 1~1.5m의 간격에 반짝거리는 타일 조각을 매달아, 낚시 미끼로 살아 있는 게(칠게, 쇠스랑게)를 사용한다고 한다. 낙지의 성어기는 4~6월, 9~12월인데 야행성인 낙지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주로 야간에 작업한다.
무안 낙지는 탄도만공동체가 운영하는 무안갯벌낙지직판장(무안공항 인근)과 무안읍 낙지특화거리에서 기절낙지, 낙지회무침, 낙지연포탕, 낙지비빔밥, 낙지호롱 등의 요리로 만나 볼 수 있다. 무안갯벌낙지직판장은 1~12호 점까지, 무안읍 낙지특화거리에는 30여 군데의 가게가 성업 중이다.
전남도 ‘가고 싶은 섬 사업’ 마무리, 4월 중 방문객센터 정식 오픈
탄도는 이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2018년 말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 개발 대상지로 선정된 후 5년 동안 40억원을 지원받아 고유의 특성을 살린 섬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자동차가 없는 탄소 중립 섬으로, 마을 주민과 무안군이 합심해서 둘레길 조성사업을 마무리했다. 외부 낚시객과 섬 트레커, 가족 갯벌체험 등 탐방객들을 위해 차도선도 구비하고, 방문객센터와 여객선터미널 등의 오픈도 앞두고 있다.
또한 원래부터 지하수가 풍부해 가뭄에도 물 걱정은 없었지만, 탄도~송현마을 간 해저 관로 상수도 공사를 완료하고 장흥댐에서 공급되는 수돗물을 공급받게 됐다.
마을 뒤쪽 이곳저곳에는 외지에서 들어온 이동식 주거지들도 눈에 띈다. 탄도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오는 도선 안에서 목포가 고향이라는 한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딸 내외와 함께 섬에 이동식 집을 지어 놓고, 무료할 때면 찾는다고 한다. "봄에 오면 꽃도 많이 피고, 고둥 등도 잡을 수 있어 더 좋다"며 탄도 자랑을 늘어놓는다.
1) 위 치
o 전남 무안군 망운면 탄도리
2) 가는 방법 : 조금나루↔탄도
o 조금나루→탄도 : 1일 2회(08:20, 15:20)
o 탄도→조금나루 : 1일 2회(08:00, 15:00)
* 물때에 따라 운항시간의 변동이 있으니, 방문 하루 전 문의 전화
☎ 탄도마을협동조합 사무국장 전화 : 010-9954-5392
3) 탄도 트레킹 : 종주길 (약 6.5km, 3시간, 난이도 하)
o 선착장→마을→안개산 소나무숲→사스레피나무숲→팔각정→대나무숲→
북쪽 해변→동쪽 해변→마을→서쪽 해변→야광주도 입구→마을→선착장
*식당이 없으므로 간식은 준비해 가야 함.
4) 숙 박
o 탄도 섬마을펜션(http://.naver.com/dduby2)
010-9954-5392, 010-9955-5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