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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메제니 Dec 13. 2022

멘토에게 실망했다면



사람들에게는 사회적인 업적으로도 가리기 힘든 심리적 취약점이 존재한다. 취약점은 대게 그 사람의 사생활에서 드러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생활이 있다. 아무리 대단하고 유명한 사람일지라도. 특정 사회에서 성과를 내고 성장하기 위해서 사람들 간의 커넥션을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과의 커넥션이 많아지면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접하는 정보량이 많아진다. 이는 그만큼 성장하고 커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중에서도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지지하며 믿고 따르는 멘토이다.


새로운 집단에 들어가고 사람들과의 접촉이 빈번해지면 원하던 원치 않든 간에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이나 사건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이를테면 부정 행위나 내연의 관계, 미처 알지 못했던 내막, 수면 아래 진실, 가치관과 맞지 않는 사상, 믿었던 진실이 생각과는 달랐을 때 등등. 이런 일각의 사건들을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 실망감을 안고 그 곳에서의 성장을 멈추게 된다.


사람들이 멘토나 롤모델처럼 특정 인물에 대한 상심 또는 실망을 하는 이유는 그 인물에 대해 필요 이상의 이상화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화란 현실을 그대로 보지 않고 이상에 비추어서 보고 생각하는 일이다. 대부분 존경하는 사람 혹은 멘토는 책이나 매체 혹은 모임을 통해 접하게 된다. 그가 전달하는 메세지가 마음에 동하면 그가 전달하는 메세지를 따른다. 그렇게 한 인물의 한 면만 동경하면서 이상화가 시작된다. 이상화한 대상을 개인적으로 대면하게 되면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접하게 된다. 그 두 모습의 괴리감이 큰 경우 기대한 만큼 실망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실망감은 멘토가 나에게 준 것인가?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이상이 준 것인가? 질문의 답은 바로 후자이다. 멘토와의 관계는 개인적이고 일반적인 대인관계와는 다르다. 특정 대상을 향해 부풀려진 이상화는 곧 큰 실망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상화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아무도 배신하지 않았지만, 매번 배신감을 느낀다. 내가 상상하고 그리고 믿었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멘토를 삼는 사람은 나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친구에게 털어놓듯 실망한 부분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결국  내 위치에 대한 굴육감, 솔직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무력감이 들기 십상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입을 다물고, 등을 돌리는 편을 선택한다. 인간은 대등한 관계 또는 본인이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상태를 편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이 드는 상태라면 멘토를 존경했던 처음의 마음을 상기시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건을 마주하거나, 정보를 듣게 되었을 때 취합하고 분류하기 힘든 일들이 있다. 그럴 때는 그 사건이나 집단으로 부터 거리를 두고, 어떻게 대응하고 정립해야 할지 나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더해 그런 마음이 내 실제 삶에 혼란을 가중하지 않도록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나의 처세나 스탠스를 정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또 내가 접촉하게 되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사생활의 취약점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나의 가치관과 충돌한다면 나는 어느 정도까지 포용할 수 잇는 사람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나의 가치관의 경직 정도에 따라 충돌의 세기가 정해진다. 중요한 가치가 '친절'이라고 가정해 보자. 내가 남들에게 친절한 것까지는 괜찮지만, 남이 나에게 친절하기를 강요하는 것은 '무리'이다. 딱딱하고 무리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 많은 부분에서 충돌이 일어난다. 그런 사람일수록 이상화를 잘하고 자신의 가치관과 충돌이 있는 경우 빠(빠돌이,빠순이)에서 까(까는사람)가 된다.


누군가에게 실망하고 내 기준으로 평가하고 돌아서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종종 일어나는 일상의 일환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새겨야 할 시사점은 따로 있다. 애초에 내가 이상화할 정도로 존경하고, 정신적으로 따르는 멘토가 나에게 미친 좋은 영향을 기억해야 한다. 사람은 망각에 동물이라 시간이 지나면 좋았던 기억을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큰 강의 물줄기에는 먹을거리도 쓰레기도 많다. 많은 것이 혼재되어 흐른다. 많은 것들은 결국 떠내려간다. 좋은 것을 취했다면 흘려보낼 수 있는 것들을 굳이 붙잡고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적당히 흘려보낼 수 있는 것도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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