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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메제니 Dec 20. 2022

위험한 밤

자제력에 관한 글



밤은 위험하다. 이성의 끈이 느슨해지고 감정의 지배를 받게 되는 밤. 무의식적인 행동이 의식 사이를 비집고 흘러나오는 밤. 의사결정력은 떨어지고, 유혹에 흔들리는 밤. 다이어트하는 사람이 야식을 먹고, 끊었던 술을 마시고, 쌓아두었던 감정의 둑이 터지는 시간이다. 사회적 역할에 따라 밤의 위험도도 달라진다. 자제력을 기본으로 요하는 직종을 가진 사람에게 밤은 더 위험하다. 이성의 끈을 잡고 이루어내야 하는 무언가가 있거나, 피해를 주면 안 된다거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거나.


1966년 바우 마이스터 교수는 연구를 통해 '하루 일과 중 어려운 의사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나중에 자제력을 잃고 유혹에 굴복할 가능성이 높다.'라는 것을 증명했다. 여기서 일과란 날마다 규칙적으로 하는 일정한 일을 말한다. 학생이라면 공부, 회사원이라면 업무, 주부라면 육아를 의미한다. 이 연구를 통해 우리는 의사결정과 자제력이 관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제력의 공백은 우리의 다짐을 무력화한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 걸 참는다든지, 잠들기 전 핸드폰을 보기 말아야겠다든지, 저녁에 운동을 하겠다는 다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자제력에도 관리가 필요하다. 관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생활태도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나아지려는 노력만큼 자제력을 비축해 놓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업무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많이 내려야 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일상생활에서 자제력을 비축하기란 쉽지 않다.


여성들은 출산 후 다짐한 것들을 실현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많이들 '내려놓고 산다'라고 말한다. 사실 아기자기하게 일상을 사는 것 그 자체로 노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뭘 입을지, 뭘 먹을지에 더해 아이에게 뭘 입힐지, 뭘 먹일지, 어딜 보낼지 등등 간단한 의사 결정까지 대신하느라 자제력 에너지를 몽땅 써버리게 된다. 정신활동은 크고 작은 모든 일에 전력투구다. 일상의 사소한 일만으로도 에너지가 고갈된다. 그렇기에 매일 같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 중 가능한 것은 자동화해 놓아야 한다. 


새롭게 들이는 루틴 목록은 반드시 하루 일과가 시작하기 전에 배치하는 것이 성공 확율이 높다. 미라클 모닝이 효과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꼭 새벽이 아니어도 좋다. 자제력이 고갈된 오후보다는 오전이 좋다. 사소한 일에 틈틈히 방해를 받으면 원하는 것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 필요한 순간에 옳은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쌓아온 자기신뢰가 있어야 하고, 자기신뢰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루틴이 지켜졌을 때 비로소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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