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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앤지 Sep 04. 2024

징글징글한 이별.


“Best coffee I have ever!!"


바리스타로 일을 할 때 하루에 한두 번은 꼭 들었던 얘기였다. 레스토랑을 나가면서 나에게 고맙다며 말을 하는 경우도 있고 커피 폼이 어떻다는 중, 온도가 어떻다는 둥 내가 만든 커피에서 대해 찬사를 늘어놓으며 부연 설명을 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에야 익숙해져서  나도 내가 만든 커피를 내주면서

 “내가 만든 최고의 커피 ”라고 거들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너무 과한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곤 했었다.





영주권을 위한 지역 이동을 위해서 모처럼 재미있게 일했던 곳을 떠나야 했던 시점이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수천만 원을 쏟아부은 유학의 마침표도 흐지부지 될 뻔한 순간에 같이 일하던 친구들과 졸업여행을 핑계 삼아 호주 국내 여행을 가기도 했었고,  일하던 곳이 시티 한복판이었던 탓에 일을 먼저 마친 사람들이 근처 펍에서 자리를 잡고 끝나는 사람들이 순차적으로 가서 합류하거나 쉬는 날인 사람이 어딘가 자리 잡고 있으면 일하기 전에 미리 만나 식사를 하고 그날 출근자들과 함께 일터로 가는 것도 꽤 흔한 일이었다.

그때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이 만학도였던 나와는 달리 일반적인 대학생의 나이들이었고, 또 외국인들이어서 이렇게 ‘헤어지고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은 시기’라는 너무 잘 알았기에 이들과 헤어져 혼자 아무도 없는 시골의 척박한 키친으로 처박혀야 한다는 생각에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나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로 그만둬야 한다고 말을 꺼내는데, 처음에는

“Why? What happened?”이라고 물어보더니 내가 비자 관련이라고 이래저래 설명하니,


“That is really good for you.”

 

눈물이 쏙 들어갔다.


응? 이게 다야? 우리 참 좋았잖아? 나만 그랬던 거야??



그렇게 자기표현에 솔직하고 열성적으로 표현하는 이곳 사람들이지만 이별의 순간에서는 기대했던 것보다 소탈한 표현에 실망 아닌 실망을 했던 적이 종종 있었다.


아니 우리 이제 못 본다고… 나는 거기 가면 아무도 없다고…

너는 내가 가는 게 좋냐고 어떻게 나를 그냥 보낼 수가 있냐고 투정 부리듯 말하면 그제야


“of course I am so sad. But it is great chance for you. I am so happy for you.”


어쨌든 내가 좋은 기회를 얻어서 가는 거니 자기는 괜찮단다.


비자를 위해 여러 차례 이별을 겪으면서 로컬 친구들에게 가지 말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었다. 다들

“Wish you the best” 나 “ Good for you.”  로 퉁쳤을 뿐.


내가 싫었나???


송별회도 해주고 선물도 주고 이사를 간 이후로 한 시간 반을 운전에서 친구들이 놀러 오고 했었던 것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신기하리만큼 그들은 이별에 담담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누군가 그만둔다고 하면.. 그들의 칭찬 처럼 과하게 아주 과하게

'왜 가냐고 가지 말라고,  나 두고 가지 말라고,  나는 어떡하냐'며 나라 잃은 표정을 하며 매달렸다.


오늘은 우리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는 마지막 월요일이냐며…

이게 내가 보는 마지막 뒷모습이냐며…


본인들의 인생에서 경험해 본 적 없는 이별 레퍼토리였는지 처음에는 당황해하더니 이내 적응을 해서 나중에는 본인들도 뭐 아무거에나 의미를 부여하면서 마지막 쉬는 시간, 마지막 비 오는 날.. 등을 기렸다.


그럼에도 역시나 떠나는 그들도 떠나보내는 이들처럼 담담했다.


“ Well.. It is what it is…”  라면서…



며칠 전에 그만둔 지 좀 된 동료에게서 연락이 왔다. 연락하며 지낸 동료도 아니었는데 친히 연락처를 물어물어 연락을 해왔다.

내가 일하는 호텔과 같은 계열사인 옆호텔로 가게 되었다고 나한테는 꼭 말해주고 싶었단다.


또 얼마전에 예전동료를 주유소에서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았는데 동료가 그랬다.


”다른 것보다도 너가 너무 그리워. “


덤덤한 척해도 떠나는 너를 그렇게 아쉬워하는 사람이 쉽게 잊히지는 않았을 지도…(라고 나는 생각하겠어.!)





언젠가 이런 얘기를 동료와 한 적이 있다.

동료는 무덤덤한 이별은 떠나는 사람과 남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 슬프면 이별이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거창하게 포장해서 말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알았고, 나와의 이별에는 우리가 함께 슬퍼할 시간은 지금 밖에 없으니까 있는 힘을 다해 아쉬워 해줘.

우리가 헤어지는 것에 좋은 기회란 없어. 그러니까 징글징글하게 징징거려 줘야 해. 제발 그렇게 해줘. 알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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