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초등학교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어느새 커버린 우리 둘째의 입학식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 낯선 곳으로의 이사, 낯선 학교로의 입학. 함께 교실로 손잡고 들어가 응원해주고 싶었다. 이곳은 시골학교 아닌가. 소수인원의 특권을 가진 학교.
입학식이 다가오자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마스크를 끼고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입학식에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좋은 소식이었다. 다행이다. 낯선교실로 혼자 보내지 않아도 되어서...
농막으로 이사를 온지 열흘이 지났다. 이제 아이셋을 데리고 들판의 적막함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입학식 당일. 낯선 거부감은 커녕 신나게 뛰어들어가는 세아이를 보니 마음이 놓인다. 온 학교 선생님들께서 마중을 나오시고 환영인사를 해주셨다. 안내받은 교실로 들어서니 나란히 놓인 책상 여섯개가 귀엽기까지 하다. 자기몸집만한 책가방을 메고 들어와 어색한듯 쑥쓰럽게 서있던 아이들이 자기 이름을 찾아 자리에 앉았다.
입학식날 축하케잌과 선물, 장학금까지 받는 학교라니 보기드문 광경이다.이제 끝인가 싶었는데 곧이어 형님반의 축하 공연이 시작되었다. 어찌나 귀엽던지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초등학생 다웠고형님다웠다. 이런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본게 얼마만인지, 코로나 상황속에 시골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이날 입학한 여섯명의 아이들은 진심으로 환영받고 있었다.
" 입학을 축하해, 우리학교에 잘 왔어 "
온 학교가, 선생님들과 형님들이 , 주변에 흐르는 공기마저 아이들의 입학을 축하하고 있었다. 환영받는 입학식의 따뜻한 경험은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 오래 남을 것이다.
나는 ... 사랑받는 존재라고...
문득 3년전의 오늘이 떠올랐다. 첫째아들의 입학식이 있었던, 천안에서 가장 큰 초등학교의 입학식. 그날의 오늘과 비교되는 순간이었다. 13반까지 있었던 그 학교는 교실이 모자라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입학식은 곧 모자른 교실에 대한 대책회의 시간으로 변해있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인파속에 정신이 없어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만 싶었는데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속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교감선생님과 답답해하는 학부모의 대면시간. 그 회의로 입학식은 지루하게 길어졌다. 그 학교에서 우린 수백명의 입학생중의 하나일 뿐이었고, 내 아들의 존재는 담임선생님의 출석부에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날 집에 돌아와 입학식 이야기를 했고, 남편과 상의끝에 그학교근처로의 이사를 취소했다.
병설유치원생들에게 "사랑해" 노래를 직접 불러주셨던 교장선생님 ^^
학교의 모든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이름을 알고 불러주는 시골학교의 정겨움이란, 그저 많은 학생중의 한명이아닌, 이 학교의 귀한 보물들이라는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전학년38명 , 입학생 6명인 시골 초등학교는 이렇게 가족처럼 따뜻하다. 마주치는 모든 아이들이 귀하고 특별하다. 조잘 조잘 달려와 인사를 하는 모습이 귀엽다. 삼남매 등하교를 직접시키며 학교에 매일가다보니 자주 마주치는 아이들과는 금새친해졌다.
"채0아 、이리와 같이 가자."
막내딸과 함께 유치원을 다니는 다섯살 꼬마아가씨가 혼자 씩씩하게 교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귀여워 함께 손을 잡고 교실로 데려다 주곤한다.
혀짧은 소리로
"나나(아이발음으로... 나나가되버린..)언니 엄마에요?"
"네~나나언니엄마에요오~~ㅅ "
나도 모르게 꼬마아가씨의 혀짧은 소리를 흉내내어본다. 정말이지 귀여움이 톡톡 터진다. 너무 깜찍해서 깨물어주고 싶지만 그래도 티낼수 없다. 우리딸이 질투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