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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밭농부 Mar 30. 2021

어색하지만 초보농부는 적응중입니다.

시골생활에 적응해볼까?!

신축아파트에 살았었다. 환경은 깨끗했고, 조용했다.  넓다못해 적막하기까지한 논밭 한가운데로 떨어지기 전까진 말이다.  하지만 이모든건 의 선택이었고, 지금 이 순간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일 뿐이란걸 안다.  깨진 변기,  냄새나는 물,  물이 세는 싱크대에 다섯식구가 옹기종이 부대껴야하는 좁은 방. 이것도 잠깐이다. 한달반을 못살까!?


하지만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문득 문득 나의 기분은 환경의 지배를 받다.


'난... 왜  여기에 와 있는거지? '


차를 타고 달리는 농로길이 낯설기만 하다.

맥주가 마시고 싶다. 한이틀 시원한 호가든을 마시며 위로 받은 듯  하다. 남편에게 조차 나의 이런기분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스스로 약해지고 싶지 않았다.


'괜찮아 낯설어서 그래 ... 예상 못했던것도 아니잖아~'


귀농을 오랫동안 반대해 오던 내가 남편의 꿈을 돕기로 마음먹으면서도 , 처음부터 아무렇지 않게 적응하리라곤 생각지 않았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는 과정일뿐이다. 전혀 다른 곳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이만한 방황이 없을 수 있겠는가.


이내 마음을 다잡아 본다. 좋아하는 책이라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그것마저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내 몸이 농장에 있으니 농장의 할일들이 자꾸 눈에 보인다. 직 회사에 다니고 있는 남편대신 친정엄마가 농장일을 도와주고 계셨으니, 나 혼자 우아하게 책이나 읽고 있을순 없었다. 게다가 우리가 평일에 일을 해놓지 않으면 남편이 주말에 할일이 더 많아질 터이니까.


팔을 걷어 부쳤다. 우울감의 특효약은 바로 바빠지는것 !!


하루 몇시간 뿐이었지만 엄마와 함께 농장일을 거들었다 . 농사라니... 이렇게 햇빛아래에서 몸쓰는 일은 지금껏 해본적이 없었지만, 나름 잘해내고 있었다. 하우스 한동 한동 할일을 끝낼때면 성취감마저 느껴진다. 땀흘리며 일하는게 싫지만은 않다. 꽃무늬장화에 챙이넓은 모자. 그리고 목장갑. 제법 어울리는것도 같다.  손수레를 모는 몸놀림은 아직도 초보스럽지만 마음만큼은 진짜 농부다.



아이들 간식, 식사준비에 마트장보기 도서관 다니기등 여기저기 차를 타고 오가다보니 이곳도 점점 익숙해져간다.


근처 읍내에 있는 평생교육원에서 연락이 왔다.

대기수강을 걸어놓고 있던 켈리그라피수업에 자리가 났다며...  대기가8번이라 기대도 않고 있었는데 뜻밖의 희소식이 아닐수 없다.

갈곳이 생겼고, 할일이 생겼다. 그것도  내가 너무 배우고 싶었던 켈리그라피!!

열심히 배워서  멋지게 농장 로고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목표도 가져본다.



매일 삼남매 등하교를 시키며 오가는 시골학교가 좋다. 선생님들과, 아이들과 나누는 인사가 정겹고 재미있게 놀고있는 아이들을 가까에서 볼수 있어 좋다.



나는 이렇게 조금씩 시골의 일상에서 소소한 기쁨을 찾아가고 있다.


나의 세상은 내가 마음먹은 대로 만들어지는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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