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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밭농부 Mar 30. 2021

흙은 더러운게 아니야.

자연에서 크는 아이들



"괜찮아, 흙은 더러운게 아니야 ."


아이들이 아기였을때 손에 흙이 묻었다고 달려오면 내가 해주던 말이다.

산으로 들로  자주 데리고 다녔다.

남편은 자연을 좋아했고 우린 캠핑을 즐겼다.


덕분에 우리집 삼남매는 흙에서 자유롭다.

냉이를 캐던 손으로 과자를 집어먹어도 나는 굳이 닦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공기중에도, 수돗물에도 들어있는 중금속이나 미세플라스틱을 운운할 것도 없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즐겨먹는 소세지가 더 헤로울지 모른다.


"아들... 그 삽 엄마껀데? "


농사일마저 재미있어 보이는지 꼭 참견이다.

아직 도움보단 방해가 크다.


잠깐 시늉을 해보지만 엄마 삽만 차지하고  있는 꼴이다.

그렇다고 못하게 할 도 없다.

호기심에 삽질이라도 하고 싶어하면 하도록 놔눈다.

어차피 힘들다고 몇번 못할테니...




아이고 ~ 금방 돌려주면 좋겠는데 제법 땅을 판다. 많이는 아니지만 나름 도움이 되고 싶은것 같다.


"도와줘서 고마워..."

칭찬 빠질 수 없다.


그래 너도 '노력' 이란걸 했으니까 ^^


좁은 농막에서  하루종일 있는건 아이들에게도 곤혹일테다.

이렇게 하우스에 들어와 엄마아빠를 따라하는것도 재미진 놀이다.


옷이라도 제대로 입으면 다행인데,  보통은 내복, 잠옷바람이다.

아무렇지 않게 흙을 만지고 냉이를 캐고 풀을 뽑는 아이들이 어서 다행이다.


아이들이 내 말을 따라한다.

"흙은 더러운게 아니야 "





저녁밥을 먹으며 본인이 캔 미나리인지 확인한다.

하교후엔 전날 심어놓은 파를 살피고 상추를 보러간다.


"엄마, 상추가 벌써 컸어 "

상기된 얼굴로 기쁜듯 달려오는 아이들이어서 다행이다.




비가 많이 내린 주말 아이들이 아빠를찾아 계속 하우스를 들락거리다  신발을 잔뜩 버려놓았다 .


쓴웃음이 나오지만 별말 하지 않는다.


흙은 닦으면 그만이니까...


흙이 손에 묻을까, 신발에 묻을까 , 쭈뼛쭈뼛 걸음을 내딛지도 못하는 아이로 크지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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