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방 창문에 빨간 빛이 비쳤다. 농막 밖에 주차를 하는 아빠를 확인한 아이들이 신이 났다.
" 숨어 "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빠를 깜짝 놀래켜 주고 싶은 삼남매의 장난끼가 발동한다. 아빠가 걸어들어오기도 전에 못참고 뛰쳐 나올 거면서...
"꺅!!"
깔깔깔깔깔깔... 한바탕 소란이다. 온가족 깔깔거림도 잠시, 아빠가 후레쉬를 손에든다.
" 나도 갈래, 나도 갈래 "
" 너넨 방에 있어, 뭐하러 따라와 깜깜한데... "
아이들 표정이 시무룩하다.
" 다 같이 가자. 애들끼리 농막에 있는게 더 무서운거지 ! "
" 그래 그럼.. 옷입자 "
잠옷 바람에 잠바만 걸치고 장화를 신고 나선다.
내가 들래 내가 들래 , 서로 후레쉬 쟁탈전이 벌어진다.
결국 후레쉬 한개씩을 들고도 모자라 엄마 아빠 스마트폰 후레쉬까지 켜고 농막 뒤 하우스로 온가족 출동이다.
노지 대추나무는 5월에 새순이 나오지만 하우스에선 4월에 나오기 시작한다. 나무들이 새싹을 건강하고 예쁘게 내놓고 있는지 궁금한 남편은 회사에서 퇴근한 밤늦게야 후레쉬를들고 새순을 살피러 간다. 이른 새벽에 출근을 해서 늦은밤 퇴근을 하기 때문이다.
남편이 회사에 가 있는 동안 나와 친정엄마가 농장일을 한다. 낮에 내가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 만으로는 궁금함이 해소되지 않는모양이다.
아이들은 신이났다. 가로등도없는 캄캄한 하우스로 야밤탐험을 떠난다는 것 만으로도 그저 신날 뿐이다. 하우스 옆 농로길을 폴짝폴짝 뛰면서 장난질이다.
" 엄마. 진짜 새싹이 많이 나왔네 ?"
"귀엽지? 잘자라라고 칭찬해줘 "
얼마나 기특한지 모른다. 올해 직접 심은 애기나무들에서도 거의대부분 새순이 돋고있다. 작디작은 나뭇가지에 여린 초록잎이 붙어있는걸 볼때면 감동스럽기까지하다.
빨간 사과대추들이 주렁주렁 열린 모습들을 상상해보곤 한다.
"잘 자라야 한다!!"
벌써 잎이 무성하게 자란 나무가 있는가 하면, 이제서야 애기 손톱만한 새순이 삐죽 나오기 시작한 나무들도 있다.
" 힘내 ~~"
괜히 한번 쓰다듬어 준다. 마치 강아지인듯 내새끼인듯.
4-5년된 형님 나무들의 각질같은 나무껍질까지 조금씩 벗겨주며 새순들을 살피고나면 다시 농막으로 돌아간다.
" 얘들아 이제가자, 아빠 씻고 잘준비 해야지 "
아이들은 농로길에서도, 하우스에서도 후레쉬불빛 만으로도 연신 깔깔거린다.
남편은 아직 회사에 재직중이다. 이제 몇개월 후면 전업 농부가 된다. 그때까진 이렇게 주중엔 사진으로 나무들을 살피고 주말엔 하우스 전담이 된다. 애지중지 자식처럼 살피며 반쪽 농부로 살고있다. 회사일과 농장일을 이중으로 신경쓰며 살고 있는 남편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