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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밭농부 May 04. 2021

다시 집을 짓는다면 맨땅에 지으리라.

농가주택 수리중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생긴다.


" 맨땅에 새로 짓는게 더 쉬운거에요. 원래 오래된 집 수리하는게 더 힘들어요. 공정 계속느는 건 당연하구요."




  25년된 집을 수리했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이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하는 말이 비슷한걸 보면, 우리집만 그런건 아것 같다.


"집지으면 늙는다면서요."


"집고치면서 병 안나요?"


무슨 말인지 처음엔 몰랐었는데, 이제 좀 알 것 같다.


앞마당에 덮힌 시트속이 비어있었다. 흙이 비가올때마다 쓸려 유실되고 있었던것이다.

"몰타르가 계속 들어가더라구요. "


"ㅠㅠ 무너지는건 아니죠? "

"그럼요~~채웠으니까요.  그런데... 그안에서 쓰레기가 한없이 나오던데요. "


할많하않 ~~~~~~~~~ 눈을 지그시 감을 뿐.


  인테리어 사장님에게서 전화가 올때마다 뜨끔뜨끔했다.

이번엔 또 무슨일이지?


" 큰일 났어요. 배관이 막혔어요. 뚫어는 보겠는데, 어디까지 막혔는지는 알수 없으니까 장담은 못해요. 재수 없으면 15미터를 파야하는데..."


  기도가 절로나오는 순간이다.

" 제발~~ㅡㅡ"


  한달치는 늙는 느낌이다.


  똥은 어찌누라고...... 15미터를 파내면 그 공정비는 어찌하라고...


  앞마당에서 부터 비올때마다 쓸려내려간 흙이 깨진 오수 배관으로 들어가 딱딱하게 굳어버린것이다.  사장님과 아저씨 두명이 매달렸다. 시멘트를 깨고 배관을 잘라가며 따라가, 굳어서 막힌 흙을 파냈다.  

 하필 혼자 있을때 , 농장에서도 일이 터졌다. 물을 주는 호수에  문제가 생겨 혼자 해결하고 있었다. 찌는 듯한 더위에, 마치 사우나라도 하듯 하우스 안은 푹푹찐다.  입고 온 맨투맨 티셔츠를 벗고 민소매 한장만 입은 채 삽으로 호수위를 막고 있는 흙을 치웠다.  당장 집 공사현장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더운날 물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나무들이 걱정되어 속만 끓이며 삽질을 계속 했다


" 뚫었어요. 아이고 힘드네... 다행입니다. 3미터 파고 아쉬워서 조금 더 팠더니 뚫렸어요."

상기된 인테리어 사장님의 목소리. 힘이드셨나보다.


" 어머 다행이에요~~~"


정말 기뻤다.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15미터를 팠다면 , 공정비 몇백 추가는 우습다.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닌것 같지만, 집지으며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던 중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까지, 신경을 곤두서게 하기에 충분했다.


" 해내실줄 알았어요, 고생많으셨네요. "


 농장 하우스 호수문제를 해결하고 새집으로 달려와 뚫린 배관을 확인했다. 물이 무사히 내려가는 것도 확인했다.

내속까지 뻥뚫린 기분이다.


 일하고 계신 아저씨들이 모두 어벤져스로 보이는 순간이었다.


다시 집을 짓는다면 다음번엔 맨땅에 새로 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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