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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밭농부 May 10. 2021

미래지향 성향 부부

가난한 자는 시간을 팔아 돈을 번다.

" 나는 아직도 궁금해, 당신이  커서 뭐가 될지 "


  나의 농담에 남편이 피식 웃는다.


  어버이날을 맞아 시댁으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 , 늘 그렇듯 우리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누었다.  

 남편은 아직 회사를 다니며 귀농의 꿈을 이루고 있으면서도,  또 새로운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느 날 , 갤럽 강점 진단을 받고 상담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나의 성향 최고 강점 다섯 가지는 최상화 테마, 성취, 미래지향, 지적 사고, 화합이었고  남편의 최고 강점 다섯 가지는 개별화 테마, 절친, 집중, 분석, 미래지향이었다.  둘 다 미래지향 성향이 강점인 것이다.


그래서였나 보다.  우리는 임없이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유난히 꿈이 많은 부부다.


 여행과 캠핑을 좋아하는 우리는 장거리 운전이 잦았는데, 그럴 때면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느라 오랜 운전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다섯 살 차이인 우리는 대화가 잘 통하는 부부다.


  하지만 꿈 많고 에너지 넘치는 남편늘 말로만 꿈을 펼 수밖에 없었다.  난 그저 들어줄 뿐이었다. 남편이 아무리 열정적으로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지금 당장 우리의 삶이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가도 월요일이 되면 남편은 다시 회사일에 집중했다.

  

  남편의 하루는 6시 반에 시작된다. 7시면 출근길에 나섰고 밤 9시나 되서야 집에 들어온다. 무언가를 꿈꾸며 현실로 이루기엔 가혹하리만치 틈이 없는 일상이다.


  단단한 갑옷처럼 걸치고 있는 가장의 무게와, 월급 굴레가 남편을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꽤나 좋은 직장에, 적지 않은 연봉. 지금껏 삶을 바쳐 이루어온 직책은 하루아침에 벗어던지기 어려운 황금 상투임에 틀림없다.


 남편을 이대로 둘 수 없었다. 살면서 한번쯤은 가족이 아닌,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가난한 시골 농부의 아들에 딸 부잣집 외아들이었다. 집안의 자랑이 되기 위해, 어깨 위의 짐을 잘 짊어지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을 것이다.


하나쯤은 남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 너무 희생하지 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


 남편이 벌어오는 월급만 가지고 집에서 살림만 하며 살 수 있었다.  세아이를 핑계 삼아 굳이 바깥일을 하지 않은들 누가 뭐랄까...

  하지만 난 남편을 따라 시골까지 오고야 말았고 땡볕 하우스에서 삽질을 한다.


 우리가 항상 달리는 차 안에서 나누었던 꿈의 이야기를 , 그저  담화가 아닌 현실로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책에서 읽고 내 마음을 후벼 팠던 한 줄 글은, 지금도 나를 잡아준다.


" 가난한 자는 시간을 팔아 돈을 번다. "


난 그날 결심했다.


 시간을 팔아 돈을 만들어 오는 에서 벗어나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될 만큼, 하루아침에 돈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


 아침 7시에 출근해 늦은 밤까지 시간을 팔아오는 남편 안쓰러워진 순간이다.


얼마 전에 읽은 책 「엑시트」 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 아무리 좋은 직업을 가졌더라도,  비싼 노동자일 뿐이다."


아들아 돈 공부해야 한다」


책 표지엔  "직원으로 시작해라. 그러나 직원으로 살지 마라" 라고 쓰여있다.


  물론  이 책들은 귀농 책이 아니라 재테크 책이고, 자기 계발서다.  어디에도 귀농하라는 말은 없다. 나 또한 남편이 원한 일이 귀농이 아니라 다른 일이었다면 그 일을 응원했을 것이다.  

  의 내용은 월급의 노예가 아닌 돈의 주인이 되라는 메시지다. 하지만 난 돈의 주인보다, 삶의 주인이 되고 싶다. 내 시간의 주인이 되고 싶다.  이런 글들을 보면서 회사는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굳힌다.  나도 예전엔 막내가 어느 정도 크고 나면 다시 재취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는 취직하지 않기로 했다.

 남의 회사에 들어가서 내 시간을 팔고 싶지 않았다.

 

나의 아이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 살면서 한 번쯤은 취직을 해라.  그 어렵다는 취업 구멍을 한번 통과해 보는 것도 경험이다. 직장을 다니며 사회생활을 해보는 것도 공부다. 하지만 절대 직원으로만 살지 마라. 돈을 받고 남의 일을 해주지 말고, 진짜 너의 일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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