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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밭농부 May 31. 2021

좋은 동네에 잘 왔어요.

시골어르신들의 덕담백마디


이사를 한지 한 달 반이 지났다.  평일은 평일 나름대로,  주말은 남편과 함께 농장일을 하느라 너무 바쁘기만 했다.


 시간은 자꾸만 가는데 아직 이사떡을 돌리지 못한 게 내심 마음속 짐처럼 얹혀있다. 오고 가는 할머님들을 뵐 때마다 뭔가 할 일을 안 한 것 같은 어떤 찝찝함.  도시에서 라면

 " 굳이 뭘~" 이라며 그냥 넘겼을 이사떡인데, 왠지 시골마을로 이사 온 이번만큼은 꼭 해야 할 것 같았다.


 막상 하려니 좀 성가 마음도 있었던게 사실이다.


'뭘 준비해야 하는 거지...'



" 더 미루지 말고 이번 주엔 꼭 하자."


주말엔 오히려 더 바빴기 때문에 금요일 저녁으로 시간을 잡고 이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무슨 떡을 돌려야 하나, 떡만 돌려서 될까? 어버이날이라고 마을 경로당에서 떡이며 이것저것 받아본 경험이 있는지라, 너무 약소하게는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여기저기 검색해 본 후, 시루떡보다는 먹기 편한 잔기지 떡으로 주문을 했다.  포장이 예쁜 곳으로 골랐다.  동네 마트에서 훼미리 세트 선물용 음료 박스도 주문했다.



하교 후 아이들 옷을 다시 깔끔하게 갈아입혔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예쁘게 보여야지 "


막내딸의 머리도 다시 묶어주었다.


" 오늘 어르신들께 떡을 돌릴 거야, 할머님 할아버님 오시면 큰소리로 인사하고 떡을 가져다 드리면 돼"


"왜 하는 거야? "


" 이사 왔다고 인사도 하고 , 얼굴도 보고 선물도 나누는 거야.  그래야 우리가 복을 더 많이 받는 거야. "


"아~~ 그렇구나.! 내가 돌릴래!!"


아이들은 마냥 신나 했다.




이장님께서 마을 어르신들께 단체문자를 보내고, 마을회관에서 방송을 해주셨다. 단체문자라니 ^^ 요즘은 시골마을도 단체문자로 소통을 하나보다.


할머님들께서 삼삼오오 모이셨다.  회관 앞까지는 오시는데, 바로 앞에 있는 우리 집까지는 오시질 못하신다. 아무래도 쑥스러운신것 같아 우리가 먼저 달려갔다.


"얘들아, 저기 저 할머님 보이지? 가서 큰소리로 인사하는거야 "


아이들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깔깔대며 뛰어간다.

"안녕하세요."


아이 들손에 떡 상자, 음료수 상자를 전해 드리면 함박웃음으로 맞아주신다.


올망졸망 삼 남매가 뛰어나가 큰소리로 인사를 하니 너무 기뻐하신다. 두 팔 벌려 환영을 해주시고 쓰다듬어주신다.  덩달아 우리도 기분이 좋아진다.


 항상 우리 아이들에게 방방이를 내어주시는 앞집 아주머니께도 삼 남매가 달려 나갔다.


" 아주머니 방방이 고맙습니다. " 


역시나 큰소리로, 마을이 떠나가게 인사를 드렸다.

받으시면서도 괜히 쑥스러워하신다.


옆집 아저씨를 보자마자 서로 가져다 드리겠다며 까르르까르르 뛰어나가기 바쁘다. 아이들이 귀여운지

" 아이고, 아이고, " 하신다.

 아마 우리 부부가 나누어 드렸더라면  대면대면 조금은 어색했을 분위기에 삼 남매가 큰일을 했다.


할아버님들도 오셔서는 고마워하시며 악수도 하고 덕담을 한가득 퍼부어주다. 존함도 알려주시고 어느 집인지 굳이 알려주시며 한번 놀러 오라 하신다. 걸어서도 오시고 차를 타고 오시고 경운기도 타고 오다.


"좋은 동네 잘 왔어요. 여기로 이사 오는 사람들은 모두 부자 되고 행복해요."


"아들 둘에 딸까지 낳았어? 어째 그리 애를 잘 낳았어 허 허"


"젊은 사람들이 농사짓는다고 시골 왔어? 기특하네"


우리는 떡을 나누었지만, 그 이상의 축복을 가득 받았다.


아이들에게도 신나고 뿌듯한 날이었다.


" 엄마 다음에도 내가 떡 돌릴래 "


아이들도 주는 기쁨을 한껏 느낀 모양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예뻐해 주니 기분이 좋은지, 다음에 또 하고 싶다는 삼 남매다.

" 큰일 하나 마쳤다 "

" 그러게, 하길 잘했지.^^"


작은 떡을 드리고 한아름 복을 받은 날이다. 오래도록 잊지 못할 기쁜 날.



말씀처럼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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