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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밭농부 Jul 12. 2021

인생 2막에 도전하는 젊은 농부의 꿈

회사원인 남편은 귀농의 꿈을 이루었다.



농사준비

아침에 출근하면 모자를 눌러쓰고, 햇빛 차단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채 작업 가방을 허리에 둘러맨다.


그렇게 매일같이 농장으로 들어가는 것도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올초, 앙상하기만 했던 나무들은 어느새 무성한 숲을 이루었다. 나는 매일 농장에 있는데도, 보이지 않는 사이에 자라는 것처럼 빠르게 크는 느낌마저 든다.

덜익은 사과대추열매


새순이 돋고 가지가 뻗어 잎이 점점 무성해지더니 어느새 열매가 맺혔다. 하루가 다르게 알이 점점 굵어져 가는 걸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한다.


" 신기하다. 기쁘다."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까?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나무가 자라는 모습은 다채롭고 새삼스럽다.



농부가 된 후부터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는 버릇이 생겼다.

혼자 나무를 대할 때가 많은 탓도 있지만, 나무가 애쓰며 자라는 모습을 볼 때면 칭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 너 참 잘 생겼다."


햇빛을 받겠다고 잎이 파릇파릇, 그야말로 때깔 좋게 돋았는데,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 어쩜 이렇게 예쁘니."

본 가지도 크지않은 너무작은 아기나무


" 세상에~~  "


찰칵! 찰칵!  작고 어린나무에도 열매가 촘촘히 열린 걸 발견하곤 너무 기특해서 사진을 찍어 댔다. 그러곤 새삼스럽게 신랑에게 문자로 보낸다.  남편도 어제 봤을 텐데, 괜한 자랑질을 한번 해보는 거다. 


'내년에나 열매를 보려나...'  


하며 별 기대 없이  건강하게만 커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심어놓은 아기나무다.

'형님 나무들 사이에서 기죽지 말고 살아만 주어라'라는 마음이었는데, 새순이 돋을 때도 나름의 기쁨을 주더니 '어랍쇼' 열매까지 맺혔다.


굵은 가지가 없는 걸 보니 제대로 익을 수나 있겠냐마는 요 어린 생명이 신기하고 기특해서 고마웠다.


" 너도 애쓰고 있구나. "

'나도 이만큼 자랐어요.'라고 한번 봐달라는 듯 열매를 달고 있다. 애써 엄마 아빠를 그림으로 그리곤 자랑하듯 보여주는 우리 막내딸처럼 느껴진다.


두 번째 인생에 도전하며 농부가 되고 나서야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씨앗의 생명력, 뿌리의 힘, 힘차게 뻗는 가지와 무성한 잎에서도 세상을 배울 수 있다.


키우는 강아지만 예쁜 줄 알았더니, 나무 한그루 한그루도 자식처럼 느껴지니 새로운 발견이다.

나무도 다 같지 않아 유난히 약한 나무를 보면 너무 속이 상한다. 힘내라고 응원도 보내주는데 , 내 마음이 닿았을?

강풍에 꺽였던 나무가 되살아났다.

미처 가지를 고정해주지 못한 나무가 강풍에 꺾여 쓰러진 적이 있었다. 남편과 나는 너무 안타깝고 속이 상했다. 하지만 아직 잎이 파릇파릇했고, 비록 반이상이 부러졌지만 가지 끝이 붙어있었다. 포기하기엔 이르다 생각했다.  가지를 세워 지지대에 묶어 주며 눈을 감고 마음의 응원을 보냈다.


"힘내, 살 수 있어."


그렇게 수천 그루의 나무들 사이에서 한동안 잊혔던 그 나무는 오늘, 여전히 파릇파릇하고 건강한 잎을 뽐내며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아니, 그대로 서있었다. 내가 잊고 있던 사이 혼자 애쓰고 있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매단 채 ~


포기하지 않고 쓰러진 나무를 세워 묶어주었던 나에게 이 기특한 나무는, 등에 흐르는 땀마저 식는 것 같이 느껴지던 기쁨, 그런 기쁨을 주었다.


꺽여 쓰러졌다가도 살아난 나무


뙤약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고 나면 앉았다 일어나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안 쓰던 근육이라도 쓴 날이면 알이 배어 편히 잠들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힘들어서 귀농을 후회라도 할까?

그러기엔, 인생 2막을 향한 우리 부부의 결심이 너무나 크다.


어떻게 준비했는데... 얼마만큼의 두려움과 맞섰는데...



귀농 첫해다. 뒤돌아볼 여유 따위 없다.

당분간은 앞만 보며 달린다.

귀농 성공, 농사 성공, 판매 성공! 어쨌든 아직 후회하기엔 이르다.

어차피 유유자적 살겠다고 귀농을 선택하진 않았다. 도시생활이 싫어 도망친 것도 아니다.


삼 남매에게 꿈에 도전하는 멋진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몸은 좀 힘들지만 대수롭지 않다. 그래도 젊어 귀농을 했더니 팔다리 쑤시는 것 정도야 하루 이틀 자고 나면 금세 사라진다.

귀농은 나이 들어할 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직접 해보니 농사일은 정말 힘들다. 예상은 했다. 두렵기도 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할만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도시에 산들 편할까, 회사만 다닌 들 행복할까,

힘들어도 원하는 일을 하면서 원하는 공간에 있을 수 있으니 우리 부부는 그래도 많이 행복한 사람들이다.



사과대추만큼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품질로, 가장 맛있게, 가장 건강하게 키워내겠다는  굳은 의지로 매일매일 나무를 보살피고 키운다.


우린 아직 젊다!!


한자람농원의 젊은 귀농부부입니다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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