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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밭농부 Jan 06. 2022

아이들이 농업을 꿈꾸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스마트팜 체험 어린이

 오늘은 스마트팜 교육장에서 오이 모종 정식이 있는 날이다. 지난 크리스마스 전에 정식했던 모종이 상태가 좋지 못해 다시 재 정식을 하게 되었는데, 겨울방학이 시작된 큰아이를 혼자 집에 둘 수 없어 데리고 함께 갔다.


 우리가 교육받는 스마트팜 교육은 농협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시범사업이다. 심각한 식량자급률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농가들이 스마트팜 교육기회를 받고 시설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작된 의미가 큰 사업이다. 아홉 농가가 선출되었고 우리 부부는 귀농 대표로 시작하게 되었다.


스마트팜 교육장 견학

 귀농 전부터 스마트팜에 꿈이 있던 남편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가 운 좋게 찾아온 것이다. 반도체 기계를 설계하는 일을 했던 남편은 엔지니어 출신답게 스마트팜에 관심이 많았고, 훗날 스마트팜농장을 설립하고 관련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작년부터 신년 계획 등에 스마트팜을 빼놓지 않고 적어두곤 했었는데, 역시 적어두고 공표하는 것이 큰 효과를 발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들과 함께 스마트팜 교육장으로 향하면서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23%래. 자급률이 무슨 뜻인지 알아? "

" 응 알아. 스스로 공급하는 비율? "

" 응 비슷해, 그런데 그중 쌀을 빼면 3%밖에 안된다는 거야. 정말 심각하지? "

" 정말 심각하네 엄마?"

아이도 깜짝 놀라는 눈치다.

" 이상기후가 오고 환경문제가 날로 심각해져서 농작물 수확량이 줄어든다거나, 해외 수입이 막히게 되면 어떻게 되겠어? "

" 그럼 , 굶어야 되는 거겠네?"

" 그렇지, 그런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각계각층에서 여러모로 힘쓰고 있어. "

  농협에서 큰돈을 들여 시범농가 교육을 시작하는 이유와, 엄마 아빠가 왜 교육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해주고 싶었다.


 식량자급률을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해마다 병충해는 진화하고 이상기후로 줄어든 수확량에 농가들은 힘들게 버티고 있다. 마트에만 가도 식재료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고, 한 끼 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사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즐비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기도 하겠다. 병충해와 이상기후로 농가의 수확량이 줄어들 때마다 농산물의 가격이 오른다. 농가들이 폭리라도 취하고 있는 듯 보는 사람들마저 있어 속 이상할 때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코로나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귀해져서 인건비마저 오르고 있는 실정에 농약값까지 치솟고 있으니 다 같이 힘이 들어 다 같이 그만두기라도 한다면 도대체 무얼 먹고살 수 있단 말인가.


 나와 남편은 이제 귀농한 지 얼마 안 된 햇병아리 초보 농부이기는 하지만 땅 파는 게 좋아서 귀농을 한건 아니었다. 젊은 농부들과 농업의 미래는 스마트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일이 고되고 남는 돈도 없는 현실이지만, 스마트팜에 미래를 걸며, 식량자급률 향상에 일조를 하는 것이 꿈이다.

 우리 아이들은 농부가 얼마나 멋있는 직업인지 알고 있다. 그건 엄마 아빠가 농부로서의 자부심이 크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주차를 하고 스마트팜 교육장으로 들어갔다. 거대한 비닐 문을 보고 아이의 입이 떡 벌어진다.

" 엄마, 여기 문은 왜 이렇게 커? "

" 농기계도 들어와야 하고 농자재도 들어와야 하니까. "


" 안에 들어가면 마주치는 모든 어른들께 인사를 해야 한다. 훌륭하신 분들이 많아 "


" 안녕하세요. "

아들이 보는 어른들마다 수줍게 인사를 한다. 첫 초등학생의 방문에 모두들 관심을 가져주셨다. 농사를 지으셔서 그런지 참 마음 따뜻하신 분들이다.


 기계에서 자라고 있는 딸기와 상추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한참을 바라보곤 질문을 쏟아낸다.

식물공장인 이곳은 바닥에 흙 하나가 없다.


 엄마가 일을 하는 동안 심심하지 않도록 읽을 책과 펀칭 니들(취미용품)까지 들고 왔지만, 아이는 한사코 장갑을 끼고 엄마의 일을 돕는다. 워낙 호기심이 많고 무엇이든 해보려는 의지가 강한 아이여서 더 이상 말리지 못하고 단순한 일을 돕게 했다.


 아무리 간단한 작업이라 할지라도 식물을 대하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며, 아이는 교육을 받는 시범농가 교육생이 아니기에 식재를 하는 건 엄마인 나의 몫이었다. 아이는 오이 모종을 자리에 옮겨주는 작업과 물이 공급되는 호수를 제자리에 꽂아주는 일을 했다.


 의자에 바퀴가 달린 (안순이)가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 우리도 이런 발명품을 만들어 볼까? 평소에 엄마 아빠 일하는걸 잘 따라다니면서 보았다가 불편한 점을 개선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 보자 "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농부가 되라는 말은 아직 한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어떤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어디까지나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고 있는데, 큰아이의 꿈은 6살 때부터 과학자였고 아직도 변함이 없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농업을 힘들고 고되고 지저분한 노동으로만 여기지 않길 바란다.

" 농업에 큰 도움이 될만한 과학을 발명해 보면 어떨까? "

 사실 그동안은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도 아이에게 큰 관심은 없는 것 같아 보였는데, 오늘 스마트팜 시설을 본 아이는 처음으로 눈빛을 반짝였다.


" 엄마, 우리도 이런 스마트팜 시설에서 농사지으면 좋겠어. 그러면 오늘같이 추운 날 아빠가 거름 뿌리느라 고생 안 해도 되잖아. 우린 하나도 안 추운데."

" 응, 엄마 아빠도 이런 스마트 농장을 꼭 만들 거야. "


 전국 농협에서 시행하는 첫 스마트팜 교육을 체험한 최초의 초등학생이 되었다. 전국의 초등학생들이 스마트팜 시설 견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아이들 중에 농부가 꿈인 아이가 몇이나 될까? 농사를 짓겠다는 아이를 반대하지 않고 지지해줄 부모는 몇 프로나 될까?


 많은 어린이들이 미래의 농업을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빨리 오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농부로 사는 부모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처럼 많은 아이들이 농업을 꿈꾸는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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