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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성 Mar 01. 2022

타자의 추방을 읽고

한병철 "타자의 추방"

“타자의 추방”은 현대 철학을 좋아하거나 전공하는 한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이라 생각된다. 철학자 한병철의 작품으로 이 책은 놀랍도록 쉽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의 관점에 똥침을 날려 준다. 

철학책 하면 생각되는 고리타분한 이야기의 나열은 이 책에 없다. 이 책은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를 철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우리 일상의 행동의 근원적인 원인에 대해 분석함으로 인간이 자유인이 아니라는 슬픈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리고 그 근원을 작동하는 원리는 다름 아닌 돈이 최고라는 논리, 즉 신자유주의가 작동하고 있음을 논증해 나간다. 

개인적으로 셀카를 찍는 행동에 대한 저자의 철학적 통찰이 지적 유희를 선사해주었다. 그 부분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싶다. 우리는 셀카를 찍어서 넷상에 공유한다. 그러한 행동을 통해 우린 타자와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을 공유 혹은 관계적 행위가 아니라 지적한다. 이것은 일종의 질병에 지나지 않는다.

셀카는 자기애도 아니다. 저자는 이를 "고립된 나르시시즘적 자아의 공회전"이라 표현한다. 셀카는 관계가 아닌 자기 고립이다. 셀카를 찍어 올리는 행위는 소통이 아닌 고통이다. 왜냐면 셀카는 포장된 모습의 자기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하지도 않는 표정을 짓고 평소와 다른 눈동자로 기계를 바라본다. 그러나 "셀카를 뒤집으면 피가 흐르는 상처"만이 가득하다. 웃고 있는 셀카가 아니라 피가 흐르는 상처 투성이 뒷면이 인간의 본래적 모습이 아니던가? 이처럼 저자는 우리 일상의 이야기들에서 한 발짝식 앞으로 나간다. 그리고 타자가 추방된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쉽다. 그러나 지적이다.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진지하다. 만약 현대 철학에 대해 혹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금의 세상에 대해 물음이 던져진다면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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